부산 온종합병원 임종수 행정원장 칼럼

블로그_따뜻한 사람들 이미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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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시보 효과인가

 

  우울증을 심하게 앓고 있는 A가 또 다시 주치의에게 불만이다. 벌써 몇 번째인가. 그동안 자신이 원하는 대로 약을 처방해주지 않는다고 병원을 옮겨 다닌 것도 여러 차례. 전적으로 약물로 치료해야 하는 질환이어서 주치의의 처방을 더욱 철저히 따라야 하는데도 금방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다며 고강도 약물을 요구하는 과정에 서로 불신만 쌓인단다.

  A가 모르게 몸에 부작용이 없는 가짜약이라도 처방해줄 것을 요청해 보는 것도 좋으련만, 이마저 참견장이 ‘인터넷 돌팔의’ 때문에 그럴 수도 없단다. 부모가 주치의에게 부탁해서 몇 차례 가짜 약을 슬쩍 끼워 넣었다가 ‘의사-환자’ 간 불신만 키우고 말았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딸이 원하는 대로 ‘가짜 약’을 추가해서 고강도 처방을 했지만, A는 인터넷 검색을 통해 새 약에 대한 효과 등을 알아내고는 주치의를 불신하고 병원만 바꾸고 말았다는 거다.

  우울증이나 불면증을 호소하는 이들이 종종 가짜 약물로 증상을 완화하는데 도움받기도 한다. 플라시보 효과(Placebo effect)를 보는 거다. 플라시보 효과는 효과 없는 가짜 약을 처방했으나 환자의 긍정적인 믿음 덕분에 증상이 호전되는 현상을 말한다. 드라마 ‘낭만닥터 김사부’에서 수술실 울렁증을 호소하는 의사 차은재가 김사부로부터 약물처방을 받아 증상이 호전됐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그 약은 울렁증 치료약이 아닌, 소화제였다. 플라시보 효과를 톡톡히 본 것이다. 하지만 그건 드라마에서나 가능한 일일뿐이다. 요즘엔 환자들이 의사가 처방해준 약물들을 인터넷 검색을 통해서 꼼꼼하게 확인하는 바람에 플라시보 효과를 위해 가짜 약 처방은 생각할 수도 없단다. ‘인터넷 돌팔의’ 때문에 되레 정상적인 처방마저 불신하게 만드는 ‘노시보 효과(Nocebo effect)’만 난무하는 실정이다. A의 병원 쇼핑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걱정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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