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온종합병원 임종수 행정원장 칼럼

블로그_따뜻한 사람들 이미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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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는 사회공동책임

 

  아기울음 소리가 시끄럽다며 40대 남자가 비행기 안에서 소란을 피웠다는 뉴스가 씁쓰레하다. 당연히 분노가 치밀어 올라야 하지만, 내 마음 한 구석에도 그와 같은 소란스런 묘한 감정의 찌꺼기가 남아있기에 겉으로 표출하기가 멋쩍다.

  아주 이따금 아파트에서 아이들의 돌고래 목소리들이 귀청을 찢는다. 모처럼 일요일 거실 소파에서 멍 때리고 있던 내 속을 뒤집어놓는 소음원은 아파트 앞마당에 설치돼 있는 어린이놀이터. 평소 주인 떠난 시골 흉가처럼 버려져 있다가, 드물게 아이들 대여섯이 몰려들어 아파트가 떠나가도록 소란스러운 소음을 일으킨다. 나이 지긋한 어르신들만 오종종 모여 살던 적막강산 아파트에서의 아이들 떠드는 소리는 짜증스러우면서도, 새삼 삶에 활기를 불어넣는 느낌 또한 지울 수가 없다.

  베이비부머로 시골서 태어난 나나 또래들은 ‘마을’에서 키워졌다. 가난을 피해보려 부모들은 잠드는 시간을 빼고는 일했다. 집에 홀로 덩그마니 남겨진 아이들은 시도 때도 없이 목청이 찢어져라 울어댔다. 계곡을 타고 들판으로 메아리 진 아이의 울음소리에 일손 털고 쫓아올 부모는 없었다. 옆집 할머니나 새참 준비하러 잠시 집으로 돌아오던 아지매들은 마치 제 자식 거두듯 우는 아이를 끌어안고 얼러댔고, 스스럼없이 적삼 풀어 젖가슴을 물렸다. 온 동네가 아이들을 함께 키웠다, 그 시절에는. 한때 100여 가구에 주민 수가 300명을 넘겼으나 지금은 겨우 40여 가구에 60여명 남짓 살고 있단다. 모두 도시로 떠나고, 아기울음소리 끊긴지 오래란다.

  점점 심각해지는 저출산 현상으로 부산 인구도 급격히 줄고 있다. 그나마 젊은이들은 좋은 일자리 찾아서 서울로 몰려가고, 나이든 어른들만 남게 됐다. 며칠 전 한 언론사가 이런 ‘초고령화 부산’을 두고 이렇게 표현했다. ‘노인과 바다의 도시 부산’. 헤밍웨이의 소설 ‘노인과 바다’를 끌어다 작명했다. 소설처럼 노인은 ‘부산’이라는 청새치를 저출산 초고령화라는 상어 떼의 공격으로부터 막을 수 없을 터. 끝내 뼈만 앙상하게 남고 부산은 소멸할 것인가. 그날 비행기 안에서 외쳤다는 남성의 고함 소리가 귀청을 후빈다. “××!, 누가 애 낳으랬어!” 육아는 사회가 공동 책임져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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