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온종합병원 임종수 행정원장 칼럼

블로그_따뜻한 사람들 이미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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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부지역에서 폭우가 내리던 날

 

  요 며칠 동안 밤에 에어컨을 켜지 않았다. 창이란 창은 죄다 열어놓았다. 활∼짝! 센바람이 창을 넘어 거실과 방안으로 몰아쳤다. 태풍이 오나 싶게 강도가 셌다. ‘활짝’의 범위를 조금 좁혔다. 그래도 집인데, 풍찬노숙의 기분이 들어서야…. 한밤중 기온은 여전히 열대야 기준을 넘어서는 섭씨 28도였지만 에어컨에 애타게 목매지 않아도 됐다. 구름 잔뜩 낀 흐린 하늘이었지만 바람은 시원했다. 섭씨 28도의 대기는 습기를 많이 머금고 있지 않았을까. 찌뿌드드함이 없었다. 때로 몸에 소름 돋을 정도의 창 바람은 상쾌하기조차 했다. 한밤중 잔뜩 찌푸린 날씨, 섭씨 28도. 이쯤 되면 거의 여름 한철 천하를 호령하는 에어컨 발아래에서 조신하게 배알해야 했고, 선풍기를 꼭 끌어안은 채 민망할 정도의 애정공세라도 퍼부어야 옳았다. 현실은 그러지 않아도 됐다. 에어컨에게도 데면데면하게 대했고, 선풍기에게도 딴청만 피웠으니까. 조만간 선풍기를 창고 속에 집어넣어야 하나 하고.

  같은 시간, 수도권과 중부지방에 폭우가 쏟아져 수많은 목숨을 앗아갔고, 소중한 것들이 물에 휩쓸려갔다. 텔레비전 뉴스 속 물난리 현장은 아비규환이 따로 없었다. 이재민들은 울부짖을 여력조차 없어 차라리 자포자기로 망연자실하고 있었다. 기후변화가 아이러니하게도 이웃들이 폭우 속에 아우성치고 있을 때 쾌면을 누리게 하다니. 입추가 지나고 대기는 여지없이 절기의 지혜를 품고 있다. 출근길 섭씨 28도지만 바람은 선선하기만 하다. 이를 즐기려는 몸과, 멀리 수재민들은 걱정하는 마음이 혼란스럽게 뒤엉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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