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온종합병원 임종수 행정원장 칼럼

블로그_따뜻한 사람들 이미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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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낯설어지는 파란 하늘

 

 아침 출근길부터 온몸이 후줄근해진다. 기온을 확인해보니 섭씨 28도. 마스크 안의 열기까지 가세해 숨이 턱턱 막힌다. 답답한 심정을 풀어보려 하늘을 쳐다보니 가슴이 더 옥죄어 오는 듯하다. 우중충하다. 온통 짙은 회색 구름으로 뒤덮여 있다. 조금 구름이 걷힌 듯해도 하늘색은 전혀 맑지 못하다. 원래 하늘색이 이랬나 싶다. 4계절이 뚜렷하던 시절의 하늘은 대체 어디로 갔나. 온대기후의 한반도 하늘은 아열대기후가 몰고 온 구름 떼에 뒤덮였을까.

  지하철에서 땀을 식히면서 카톡으로 날아온 아내의 사진들을 바라본다. 파란 하늘이 차라리 눈부시다. 가슴이 뻥 뚫린다. 내 뇌리 속에 저장돼 있는 한반도 가을하늘을 미리 끄집어낸 듯하다. 폭염에 지친 몸과 마음을 달래기에 안성맞춤이다. 아내의 사진 속 하늘은 한반도의 그것이 아니다. 3주 일정으로 여행 중인 아제르바이잔과 아르메니아, 조지아의 하늘이다. 그 하늘 아래 옹기종기 모여 있는 아담한 집들, 산과 들, 계곡에 첨벙 뛰어드는 누런 소, 드넓게 목초지가 펼쳐진 산기슭에서 의자를 등지고 앉아 유유자적하는 농부. 이 모든 풍광들이 파란 하늘과 절묘하게 어우러지면서 평화를 창출하고 있다.

  연일 섭씨 35도를 넘나드는 폭염을 쏟아내는 우중충한 한반도 여름하늘 아래의 나는, 지금 조지아의 파란 하늘 사진 한 장에서 매우 낯섦을 느끼면서 이상하게 씁쓰레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내가 ‘파란 색’으로 기억했던 하늘색을 우리 후대들은 어떻게 인식할까. 그들은 우리나라가 4계절이 뚜렷하다고 할까. 파란 하늘이 그립다. 입추가 지났으니 곧 만날 수 있겠지, 그리운 4계절의 하늘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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