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卍)자와 하켄크로이츠

화엄경의 <여래십신상해품>에 만(卍)자에 관한 설명이 나옵니다. “여래의 가슴에는 훌륭한 분의 특징인 만자 모양의 것이 있으니, 길상해운(吉祥海雲)이라 부른다. 마니보주로써 장엄되어 온갖 보배로운 빛깔을 내며 갖가지 광채를 둥글게 뿜어내면서 온 누리를 가득 채우고 맑고 깨끗하게 하는 묘음을 내어 누리를 진리의 바다로 넘실대게 한다.”

그리고 경전의 여러 곳에 여래는 가슴뿐만 아니라 손발, 머리에도 만(卍)자를 가지고 태어났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대승불교에서 만자는 법륜(法輪)에 대한 기호로 쓰고 있습니다. 부처님의 교법을 상징합니다. 교법은 한 사람 한 곳에 머물러 있지 않고 늘 굴러서 여러 사람에게 이르는 것이 마치 수레바퀴와 같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법륜이라 한 것입니다. 불교에서는 법륜을 중시합니다.

법륜이 상전(常轉)한다는 것을 표시하기 위해 수레의 바퀴살 모양의 만자를 사용합니다.

석가여래가 맨처음 법을 전한 사건은 녹야원에서입니다. 이 사건을 초전법륜(初轉法輪)이라고 합니다. 석가여래가 깨달음을 이루고 나서 200 킬로미터의 길을 7일간 걸어 녹야원에 닿아 다섯 친구에게 처음으로 교법을 굴렸던 것입니다. 법륜은 동남아 일대의 소승 불교권에서는 구체적 그림의 둥근 수레바퀴 모양을 사용하는데 반해 한국이나 중국 혹은 일본과 같은 대승불교권에서는 만자 기호를 많이 사용하고 있습니다.  

 

만자기호가 왼쪽으로 선회하든 오른쪽으로 선회하든 그것은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간혹 오래된 불교유적에는 히틀러의 하켄크로이츠 처럼 거꾸로 그려진 만자가 발견되기도 합니다.

이 만자는 불교가 생기기 이전에도 인도에 있었던 기호입니다. 아주 아주 옛날에 인도로 내려왔던 아리안 민족은 태양의 방광을 본 뜬 표시로 이 기호를 사용해 왔습니다.

아리안족은 언어계보상 인구어족으로 동쪽의 인도에서부터 서쪽의 이슬란트섬에까지 분포되어 있는 거대한 민족입니다.  

 

독일의 히틀러가 사용한 만자(하켄크로이츠)도 그의 민족이 아리안 민족의 후손이라고 강변한 것과 관련이 있습니다.  

 

이현도 글

- 이 글은 경남도민일보 1999년 10월28일자에 게재했고, 월간반야 2003년 11월(제36호)에 이일광이라는 필명으로 게재한 나의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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