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을 깨끗이 하라

도량(道場)은 수행자의 수행처를 말합니다. 오늘날은 불교 사찰만을 도량이라 부릅니다. 사찰 외의 곳은 한자어는 같이 쓰지만, 도장이라고 읽습니다. 

 

도량은 늘 청정해야 하는데 청정한 도량을 위해 사찰은 새벽예불 전에 도량석이라는 의식을 행합니다. 

 

도량석은 한 수행자가 천수경이나 금강경, 법성게 혹은 초발심자경문 등을 목탁에 맞추어 창(唱) 하면서 도량 안을 돌아다닙니다. 새벽 세시 무렵. 도량석은 만물의 잠을 깨우고 새벽을 알리는 소리입니다. 도량석 소리를 듣고 승방의 불이 하나둘씩 켜집니다. 수행자들은 가사를 추스르고 방문을 열고 나옵니다. 

 

이러한 의식의 전통은 세계적으로 우리나라만 유일하게 지켜지고 있습니다. 특히 우리나라 최대의 관음 기도 도량인 단양 구인사의 도량석은 매우 장엄합니다. 기도하러 온 재가불자들까지 도량석에 합류해 도량을 돌며 소백산의 아침을 열어갑니다. 

 

구인사의 도량석에는 천수경을 창합니다. 구인사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사찰이 천수경을 주로 씁니다. 천수경의 시작은 정구업진언(淨口業眞言)입니다. 입으로 지은 죄를 깨끗이 하는 진언입니다. 정구업진언은 "말을 깨끗이 하라"는 은밀한 경고가 들어 있습니다. 말을 깨끗이 하도록 하는 것이야말로 도량을 청정하게 하는 첫째 요건입니다. 우리가 사는 세상을 맑히는 첫째 요건도 깨끗한 말 하기입니다.​ 

 

어떻게 하는 것이 말을 깨끗하게 하는 것일까요? 천수경은 그 방법을 비밀의 말로써 전하고 있습니다.  

 

그것은 "수리 수리 마하수리 수수리 사바하"라고 말하는 것입니다. 진언의 번역은 오랜 세월 동안 금기시되어 왔지만, 근래에는 번역이 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번역된 진언은 특별한 말이 아닙니다. 우리말로 풀어쓰면 이렇습니다. "훌륭하십니다. 훌륭하십니다. 지극히 훌륭하십니다. 참으로 훌륭하십니다. 행복하소서." 

 

남을 찬탄하는 말입니다. 남을 찬탄하는 일은 내가 입으로 지은 죄를 소멸하는 것이고 공덕을 이루는 방법입니다.  

 

"당신은 훌륭하십니다. 지극히 훌륭하십니다. …" 

 

수행자가 새벽에 일어나 도량을 돌며 만물에게 맨 먼저 터뜨리는 비밀의 메시지입니다.  

 

이현도 글
-이 글은 경남도민일보 2000년 1월 6일 자에 게재한 나의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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