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 자음의 이름

우리나라 사람들은 한글을 초등학교에서 배웠어도 한글 자음의 이름에 대해 잘 모르거나 헛갈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가장 많이 혼동하는 것이 기역, 디귿, 시옷입니다.  

 

더욱이 외국인이 우리 글자를 배우고자 할 때는 일관적이지 못한 한글 자음의 이름을 익히기가 여간 힘든 일이 아닙니다.  

 

한글 자음에 이름을 붙인 이는 최세진(崔世珍․? ∼1542)입니다. 최세진은 아이들을 위해 훈민정음을 가르치면서 각 자음에다 고유한 이름을 붙였는데, 이름 표기를 한자(漢字)로 적었습니다.

그는 니은을 尼隱, 리을을 梨乙, 미음을 眉音, 비읍을 非邑, 이응을 異凝이라 적으면서, 기윽의 윽 자에 해당하는 한자가 없어서 부득이 기역(其役)이라 적었고, 디읃의 읃 자와 시읏의 읏 자가 없어서 각각 지말(池末)과 시의(時衣)로 적고 말(末)과 의(衣)는 이두식으로 뜻을 가져와서 귿과 옷으로 읽은 것입니다. 지(池)는 그 당시 디로 읽었고, 끝은 귿으로 읽었습니다.  

 

우리는 460여 년 전 한자가 표준 문자이던 시절 최세진이 임기응변으로 만들었던 이두문자를 한글전용 시대인 요즘에도 아직 쓰고 있는 것입니다.

1천 년 전에 유행하던 이두문자를 버리지 않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북한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기역을 기윽으로, 디귿을 디읃으로, 시옷을 시읏으로 고쳐 쓰고 있습니다. 또 거센소리는 키읔, 티읕, 피읖, 히읗으로, 된소리는 된기윽, 된디읃, 된비읍, 된지읒으로 읽습니다. 

 

우리는 거센소리를 북한처럼 키읔, 티읕으로 읽는 반면, 된소리는 쌍기역, 쌍디귿, 쌍시옷으로 읽고 있습니다.

북한이 된소리 이름에 된 자를 붙인 것은 소리의 성질을 간파한 이름이고, 남한이 쌍 자를 붙인 것은 글자 모양을 보고 붙인 이름입니다.  

 

북한과 우리는 공유하는 하나의 문자에 두 가지 서로 다른 이름을 붙여 부르고 있습니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우리는 여러 차례 정서법을 개정하면서도, 한편으로 북한은 무엇을 바꾸었는지 모르기에 북한과 우리의 언어 차이는 시간이 갈수록 자꾸 커져 갑니다. 

 

독일어의 경우는 우리와 다릅니다. 독일어는 독일 오스트리아, 스위스, 리히텐슈타인의 모국어입니다. 독일어의 정서법을 새로 정할 때에는 독일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는 이들 나라의 학자들이 함께 합의하여 개정합니다. 하나의 독일어가 지켜지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현도
- 이 글은 경남도민일보 1999년 9월 2일 자에 게재한 나의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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