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산도와 당항포 지명

한산도와 당항포 일대의 지명들은 임진왜란 때에 이순신 장군과  군인들과 마을 사람들이 왜군과 싸워 이긴 생생한 이야기입니다.  

한산도 '문어포(問語浦)'에서 아군에게 쫓긴 왜군이 마을 사람들에게 길을 물었습니다. 마을 사람들이 제대로 가르쳐 줄 리가 없습니다. 잘못된 길을 말했더니, 왜군은 이 말에 속아서 '속은섬'으로 갔습니다.

퇴로가 막힌 '개미목'에서 다급해진 왜군은 산허리가 개미처럼 잘룩해질 정도로 길을 팠습니다.

'두억리(頭億里)'에는 왜군의 머리가 엄청나게 많이 떨어졌는데, 헤아려 보니 억두였습니다.

'매왜치'에다 왜군의 시체를 매장했습니다.

'고동산(高銅山)'에서 아군은 고동을 불어 승전보를 알렸고, '해갑도(解甲島)'에서 이순신 장군이 비로소 갑옷을 벗고 쉴 수 있었습니다.  

당항포는 고성 동해면 사이에 좁고 길게 펼쳐진 강과 같은 바다로 자루 형태입니다. 입구는 있지만 빠져나가는 출구가 없습니다. 나가려면 들어왔던 곳으로 도로 돌아와야 합니다. 이순신 장군은 당항포에서 두 차례에 걸쳐 자루로 물고기를 잡듯 왜군을 모조리 잡았습니다.  

자루 형태의 초입이  마산 합포구 진전면 창포리  '호리캐'입니다. 호리캐에서 이순신장군이 왜군을 홀려서 강 같은 자루 바다로 유인했습니다. 양쪽 해안에는 아군이 매복해서 공격을 했고, 왜군은 배에서 뭍으로 활을 쏘아댔습니다. 마산 합포구 진전면 창포리 '시락(矢落)' 마을에 왜군의 화살이 떨어져서 놀라긴 했지만, 화살에 맞은 이는 없었습니다. 

고성군 마암면 두호리 '쏙시개'에서 왜군이 아군에게 속아 참패를 했습니다.

'머리개'에는 아군이 벤 왜군의 머리가 산을 이루었고, '핏골'에는 왜군의 피로 피바다가 됐습니다.

숨어있는 왜군을 '잡안개'에서 모조리 잡았습니다. 운이 매우 좋았던 왜군은  '도망개' 너머로 도망을 쳤습니다. 

지명들은 분실하거나 지워지거나 소각되지 않는, 언제나 현존하는 기록물입니다.  

 

이현도
- 이 글은 경남도민일보 1999년 9월 16일 자에 게재한 나의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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