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온종합병원 임종수 행정원장 칼럼

블로그_따뜻한 사람들 이미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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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높이 인사

 

  요즘 출근길 하루도 빠지지 않고 인사를 건네는 이가 있다. 늘 시간에 쫓기는 터라 짐짓 아는 체하며 인사 붙이는 그가 마냥 달가울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외면하면 야박하다고 할 수도 있지 않은가. 처음부터 그를 못 본 척 지나지자, 이젠 아예 내 앞길을 가로막고 나서서 얼굴까지 부비며 반갑게 인사하지 않은가. 눈감은 봉사가 아니라면 그의 지극한 예의를 모른 척 할 수 없다. 오늘 아침에서야 비로소 그를 받아들였다. 고개 숙이며 얼굴을 내 코앞까지 내미는 그에게 미소를 지어줬다. 그의 얼굴이 더욱 더 발그레해지는 것 같아 내 노심(老心)마저 괜히 심쿵 해지는 느낌이다. 언제나 소 닭 보듯 힐끔거리기만 했던 그의 얼굴을 찬찬히 뜯어봤다. 아침 이슬로 막 세수를 한 듯 얼굴에는 영롱한 물기들이 대롱대롱 영글어 있었다. 내 코끝까지 내민 그의 얼굴에서 달콤한 향이 느껴진다. 아직 새벽이슬의 캡슐에 봉해진 채였지만 어쩔 수 없이 배여 나온 향은 내 마음속에서 은은하게 번져간다.

  가지 쳐진 배롱나무 꽃들이 지친 여름을 위로해준다. 백일동안 꽃이 핀대서 어느 지방에서는 ‘백일홍’이라고 한다던가. ‘백일홍’이 경상도 사람들의 투박한 입을 거치면서 ‘배롱’으로 벼려졌을까. 오늘 아침 따라 배롱나무 꽃들이 더 귀엽고, 예쁘고, 사랑스럽다. 내 눈높이에서 찡끗, 하는 그의 눈인사까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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