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온종합병원 임종수 행정원장 칼럼

블로그_따뜻한 사람들 이미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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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분주해지는 봉사의 손길들

 

  2년 만에 다시 봉사의 손길들이 분주해지고 있다. 십 수 년 동안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단 한 번도 빠지지 않고 해오던 봉사활동들이 코로나 앞에서는 어쩔 수 없었다. 일요일이면 늘 보던, 그리운 사람들이 눈에 밟혔다. 몸은 아프지나 않은지, 끼니는 제대로 챙겨 드시는지. 두세 달 지나면 다시 만날 수 있겠지 했던 기대감은 결국 이태가 흘렀다.

  부산 부산진구 당감2동 온종합병원 내 그린닥터스의 국제진료센터. 진료재개 첫날은 봉사자들로 붐볐지만, 이용하는 환자는 드물었다. 홍보가 덜 된 탓에 속이 안 좋다는 베트남 근로자 한명을 진료하는 데 그쳤지만, 20여 년째 이어오는 외국인근로자 무료진료 봉사를 위해 모여든 봉사자들의 얼굴엔 웃음이 번졌다. 안과 정근 이사장과 소아청소년과 오무영 교수를 비롯한 의료진, 이들을 도울 중고교생이나 대학생 자원봉사자들, 베트남어·중국어·러시아어를 통역할 통역봉사자까지 30여명이 모였다. 두 번 다시 우리의 일상을 앗아가는 코로나 상황이 오지 않기를 빌면서 매주 오후 2시부터 5시까지 이어질 국제진료센터 재개준비로 모처럼 바쁜 하루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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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앞서 당초 온종합병원 정문 앞에서 열기로 했던 그린닥터스 밥퍼천사들의 무료급식 봉사도 갑자기 비가 쏟아지는 바람에 온종합병원 6층 직원식당으로 자리를 옮겼다. 봉사자들은 병원 주변 경로당 어르신들 30여명에게 따뜻한 밥 한 끼와 더불어 후원으로 받은 햄버거까지 간식으로 나눠드렸다. 한 끼 밥을 앞에 놓고 봉사자들과 어르신들이 나누는 얘기가 세상 여느 값비싼 요리에 비견할까. 못 보던 2년 동안 더 늙어버린 어르신들의 얼굴에 그린닥터스 봉사자들은 콧등이 시큰해지는 듯했다. 밥퍼천사들 봉사자들과 어르신들은 매주 일요일 오전 11시 온종합병원 앞에서 꼭 만나자고 약속하고 헤어졌다.

  코로나 팬데믹은 복지사각지대에 있는 홀몸 어르신들이나 외국인근로자들에게 질병 자체보다도 삶을 위협받았다. 서서히 엔데믹 상황으로 바뀌면서 그들뿐만 아니라 우리의 일상도 빠르게 회복돼 간다. 무엇보다 지난 2년간 맥없이 놓고 있던 자원봉사자들의 손길이 바빠져서 반갑다. 그린닥터스는 그간 중단됐던 모든 봉사프로그램들을 재개하기로 하고, 중고생이나 대학생은 물론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자원봉사자를 모집하고 있다. 2년간의 코로나 공백을 메우려고 서두르는 그들의 부지런한 봉사행렬에 많은 이들의 동참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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