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온종합병원 임종수 행정원장 칼럼

블로그_따뜻한 사람들 이미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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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처구니없는 건축공사 현장

 

  당초 착공 때부터 설계도면의 문제점이 지적됐다. 시공사는 그대로 공사에 적용할 수 없으니 설계도면을 새로 작성해달라는 부탁까지 했으나 역부족이었다. 건축주 측이 운영하는 건축사무소에서 직접 설계한 데다 공사현장 감리단장까지 겸직하고 있으니, 시공사의 입장은 고양이 앞의 쥐 신세 꼴이었다.

  예상대로 착공하자마자 부실한 설계 탓에 시공에 차질을 빚기 시작했다. 시공사의 현장소장은 설계 미비로 공사 진행에 지장을 받았고, 감리까지 맡은 설계사는 그때마다 도면을 바꿨다. 1년 남짓 동안 설계도면은 200여 차례 넘게 바뀌었다. 어처구니없게도 기둥과 보가 일치하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 너무 많은 설계하자를 매번 도면에 반영하기 어려워, 한꺼번에 모아 새로 도면을 그리기만도 17차례란다.

  설계변경은 공사금액 증액으로 이어지기 마련. 시공사는 도면이 바뀔 때마다 도급계약서 변경계약을 요청했으나, 건축주를 대리하는 현장 감리는 “이따가 보자. 공사부터 해라”며 미뤘다. 수많은 설계변경은 공사 지연으로 이어졌다. 그 사이 코로나 팬데믹이 더 심각해지고, 미중 경제전쟁 등으로 철근이나 철골, 시멘트 같은 건축 자재값이 급상상했다. 자금난에 허덕이는 협력업체들을 두고 볼 수 없어 시공사는 건축주에게 “직접 공사비 증액분(12억원 추정)만이라도 반영해서 지급해 달라”고 요청했고, 건축주는 단 한 차례 2억 원만 올려주고 공사 진행만 지속적으로 다그쳤다.

  급기야 천정부지로 치솟는 국제 원자재 가격 폭등을 견디다 못해 공사를 중단한 채 설계변경에 따른 공기연장과 공사비 증액을 반영하는 도급 계약서를 변경해달라고 호소했다. 건축주와 시공사는 수차례 협상을 가져 서로 한발씩 손해를 감수하는 선에서 합의점을 이끌어냈으나 매번 막판에 건축주 측에서 뒤집어버렸다. 게다가 건축주는 당초 도급계약서상 건축 준공일을 지키지 못했다는 이유로 일방적으로 공사계약을 해지해버렸다. 게다가 곧바로 계약해지 사실을 건설공제조합에 통지하는 바람에 때마침 올해 신용등급을 심사 중이던 시공사는 ‘디폴트’ 등급을 받고 말았다. 계약해지한지 열흘 여 만에 공사현장의 안전관리를 하고 있던 시공사의 직원을 내쫓고 현장까지 건축주가 점거했다.

  시공사는 “건축주의 일방적인 계약해지 조치는 받아들일 수 없고, 공사 채권 확보를 위해 유치권을 행사하겠다”고 하니, 건축주는 아예 공사현장을 봉쇄해버렸다. 고가의 건설장비 등의 유지관리와 장마철 안전관리를 위해 현장에 들어가려는 시공사의 안전관리 책임자의 출입도 막았다. 심지어 시공사의 안전관리자와 함께 공사장 안전점검을 하러 나온 안전보건공단 직원의 출입마자 사람들을 동원해 봉쇄하는 바람에 공사현장 진입을 하지 못해 되돌아가는 사태가 발생했다.

  건축주가 멋대로 수백 차례나 건축공정들을 바꾸고, 변경된 부분에 대한 공사비 증액과 공사기간 연장을 요청하는 시공사엔 되레 일방적인 계약해지 통보와 함께 공사현장에서 내쫓아버리는 어처구니없는 일을 사람들은 어떻게 받아들일까. 코앞에 닥친 장마를 두고 시공사는 공사현장의 안전 걱정에 잠 못 이루고 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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