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온종합병원 임종수 행정원장 칼럼

블로그_따뜻한 사람들 이미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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떡볶이집 앞에서

 

  작은 학원 가방을 든 어린 학생이 떡볶이가게 앞에서 서성인다. 어서 오십시오, 라는 유리창 안내글자만 아이를 반길 뿐 문은 꽉 닫혀 있다. 여느 때 같으면 군침 흘리게 하는 떡볶이며 오뎅, 각종 튀김류들이 푸짐하게 쌓여 있을 매대 또한 비닐로 덮여져 있다. 아쉬운 발걸음을 떼는 아이의 자리에 장바구니 든 30대 젊은 엄마가 서성인다. 기웃기웃 창문 안을 살펴보다가, 그 역시 허기를 뱃속에 가득 끌어안은 채 무거운 발걸음을 집으로 옮겼다.

  우리 아파트 앞 노포가 달포 째 문을 닫고 있다. 처음엔 신경 쓰이지 않았으나, 퇴근길마다 보던 70대 여주인이 걱정스러워졌다. 우연히 인터넷뉴스를 검색하다가 그의 와병을 확인했다. 언덕배기에서 넘어져 입은 골절상 탓에 네댓 달 가게 문을 닫아야 할 판이란다.

  10여 년 전 처음 이 동네로 이사 왔을 때 그 가게는 허름하고, 기름때가 절은 주방만으로 돼 있어 단출했다. 포장마차처럼 사람들은 가게 밖에 선 채 떡볶이나 오뎅, 튀김 등을 먹었다. 꾀죄죄한 모습에 한두 번 이용하고는 발길 끊었으나, 알고 보니 유명 맛 집 블로그나 유튜브에 소개될 만큼 상당히 인기 있는 노포였다. 몇 년 전 부산에서 꽤나 유명세를 타고 있던 떡볶이 브랜드점이 그 가게 코앞에 문을 열었다가 한 해도 못가 문을 닫을 정도였으니까.

  수십 년 노포도 결국 주인장이 쓰러지자 일시적으로 문을 닫았다. 가족 중 다른 이가 대신할 상황이 아닌지, 오래돼 자신의 손맛에 익숙해진 단골들의 입맛을 고려한 주인장의 배려인지 알 수 없지만. 그의 빈 자리가 오래갈수록 예전 먹었던 그 가게의 오뎅이 자꾸 당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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