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온종합병원 임종수 행정원장 칼럼

블로그_따뜻한 사람들 이미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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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이름은 도대체 뭐니?

 

  아파트단지 내 가로수 열매가 탐스럽다. 윤기 자르르 흐르는 까망이다. 크기는 버찌보다는 굵고 앵두보다는 잘아 보인다. 아왜나무 열매가 까만색인가. 인터넷박사에게 물어봤다. 아왜나무 열매는 붉었다가, 익어가면서 까맣게 된단다. 한데 그 결실의 시기가 9월이란다. 8월이 시작되는 지금 까만 열매는 과연 아왜나무의 그것일까. 하긴 기후변화에 따라 세상 모든 꽃들의 개화시기와 결실이 앞당겨지고 있다는 연구보고가 얼마나 많은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붉은 열매가 점점 까맣게 변해간다는 아왜나무라면 지나치게 이른 느낌이 들었다.

  순간 또 하나의 식물이름이 뇌리를 스쳐갔다. ‘후박나무’를 인터넷 검색어로 입력했다. 열매 색깔이 까맸다. 그럼 아왜나무가 아니고 후박나무? 인친들의 집단지성에 의존해보기로 하고, 까만 열매가 주렁주렁 매달린 우리 아파트 가로수 사진을 띄워서는 ‘이름이 모야?’ 하고 물었다. 십분도 안 돼 네댓 명이 답을 달았다. 후박나무라는. 도대체 어찌 된 일인가. 불과 석 달 전에도 나는 이 가로수가 후박나무라는 정체성에 강한 의심을 품고 인친들의 집단지성에 호소했다. 그때 들었던 해답이 아왜나무였다. 지난 몇 년간 속아왔던 ‘후박나무’라는 거짓 정체에 얼마나 혼란스러웠던가. 이제 또 다시 집단지성의 목소리들이 아왜나무에서 후박나무로 바뀌어버리다니. 이 녀석의 정체는 도대체 뭘까. 꽃 피는 시기엔 아왜나무였다가 열매가 맺을 때면 후박나무로 변장하는 건가. 때에 따라서 바뀌는 집단지성의 대답이 오늘날 우리나라 정치권의 행태를 대변하는 듯해 씁쓰레하다. 어쨌든 나는 한동안 후박나무의 까만 열매에 빠질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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