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도: 상실의 끝에서 (Mourning : In the wake of Loss)

코로나바이러스19로 인한 감염증과 수많은 사망자들, 기후 위기로 진화가 어려운 산불, 전쟁으로 설 곳을 잃은 사람들. 

우리 모두 상실의 시대를 살고 있다. 여기 광양 전남도립미술관은 우리를 관통하는 상실과 이를 극복하기위한 애도의 과정을 추적하기 위해 전시를 마련했다. 

과거의  충격이 현재로 이어지는 트라우마의 경험은, 심리적 고통을 극복하기 위한 승화의 과정으로 이어진다.

이번 전시에서 소개하는 작가들의 작품 또한 이러한 상실의 과정을 애도하고, 현재를 살아가기 위한 승화의 결과물이다.

상실은 단지 누군가의 죽음에 국한되지 않는다. 여러가지 이유로 삶의 터전을 잃었을 때, 어린 시절의 기억이 자아로부터 분리되어 떠돌 때, 내가 이상화(理想化)한 나의 모습과 실제 내 모습이 일치하지 않을 때처럼 다양한 의미에서 우리는 상실을 겪는다.

'애도: 상실의 끝에서' 역시 유년 시절의 기억과 멀어진 나, 살아가는 터전의 상실, 사랑하는 이의 상실 크게 세 개의 주제로 나뉜다. 

이는 상실의 경험이 사람마다 다르게 일어나고, 그 고통의 지점에 따라 극복하는 방법도 다르다는 데에 착안한 것이다. 

상실을 극복하는 방법은 상실을 겪는 사람의 무수한 과거 경험과 성격을 포함한다. 특히  이것이 시각예술로 표현되는 예술 작품의 경우에는 작품에 접근하는 작가의 방식에 따라서도 다르게 표현될 것이다. 

상실은 도처에 있다. 자식들이 성장해서 떠나가는 것, 부모님이 늙고 병들어 사라지는 것, 건강했던 내 몸이 조금씩 쇠퇴함을 느끼는 것, 하루하루 나이 들어가는 것, 내가 동경하고 이상화했던 어떤 대상에 실망을 느끼는 일상적인 순간, 이것들은 모두 상실의 다른 이름이다. 

우리는 애착을 가졌던 대상을 내 마음 속에서 떠나보내는 동시에 그에 대한 사랑과 추억을 영원히 간직한다.  이 과정을 애도 (mourning)라고 부르고 잃어버린 것을 진정으로 받아들이는 애도의 과정은 아프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우리는 무언가를 떠나보냄으로써 그 자리에 새로운 것을 채울 공간을 얻는다. 그래서 애도는 과거에 머물지 않고 미래로 나아갈  수 있는 길을 열어준다.

상실과 애도라는 개념에는 수많은 정신분석학적, 심리학적인 해석이 존재한다. 

그러나 아주 오래 전부터 지금까지 이어져 오는 이론들 사이에서 공통점을 찾자면 상실을 상실로 흘러보내고 내 안에 남아있는 불안과 대면한 것이 애도의 과정이라는 것이다. 

그 불안감과 두려움을 하나씩 극복해 나가는 것, 나의 불완전함을 받아들이고 타인과의 연결 감과 애착을 느끼는 과정을 통해 자유롭다는 충족감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기도 하다.

상실의 끝에는 무엇이 남을까. 당신은 무엇을 잃었는가. 무엇에 애착을 가졌나. 무엇을 떠나보낼 수 밖에 없었나. 그것들이 떠난 자리는 무엇으로 채워졌나. 

애도는 과거에 관한 일일까, 미래에 관한 일일까. 이러한 질문들의 해답을 찾을 수 없더라도 끊임없이 곱씹는 작가들의 결과물을 착실히 들여다보면서 전시장을 나서는 순간에는 희미한 느낌표가 생기기를 기대한다.

 

- 전남도립미술관 기획전시, "Mourning; In the wake of Loss" (2022.06.30. ~ 09.12.)
- (사진) 작가 Bill Viola,  작품 Fire Woman ㆍTristan's Ascens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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