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쩍새․귀촉도․접동새

며느리를 몹시 구박하는 시어머니가 있었습니다. 시어머니는 며느리에게 아주 작은 솥을 주어 밥을 짓게 했습니다. 그 솥으로 며느리 몫까지 밥을 지을 수 없게 하기 위해서입니다. 며느리는 맨 날  시어머니의 것과 남편의 밥을 푸고 나면 남는 것은 없었습니다. 결국 며느리는 굶어죽었고 그 영혼이 새가 되어 '소쩍 소쩍'하고 울었다는 전설이 있습니다.

'한송이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로 시작되는 서정주 시 <국화 옆에서>의 원문은 '봄부터 솥작새는/ 그렇게 울었나 보다'입니다. 소쩍새를 솥작새로 쓴 것입니다. 시어머니의 구박으로 죽은 슬픈 소쩍새가 솥이 작다며 '솥작 솥작' 우는 것을 연상시켜 쓴 낱말입니다.

서정주의 또 다른 시에 나오는 귀촉도는 소쩍새와는 전혀 다르게 울고 있습니다.

'초롱에 불빛 지친 밤하늘/ 구비 구비 은하 물 목이 젖은 새/ 차마 아니 솟는 가락 눈이 감겨서/ 제 피에 취한 새가 귀촉도 운다/ 그대 하늘 끝 호올로 가신 님아.'

<귀촉도>를 읽을 때는 나라를 빼앗긴 촉(蜀)나라 망제(望帝)의 죽은 넋이 새로 환생하여 우는 모습을 연상해야 합니다. 귀촉도는 밤마다 궁궐 서쪽 진달래 꽃밭에 와서 '귀촉도(歸蜀途)'라고 슬피 울었다는 중국전설을 담고 있습니다.

김소월 시의 <접동새>의 울음소리는 또 다릅니다. '접동/ 접동/ 아우래비 접동'하고 울고 있습니다. '옛날, 우리나라/ 먼 뒷쪽의/ 진두강 가람 가에 살던 누나는/ 이붓어미 시샘에 죽었습니다 … 아홉이나 남아 되던 오랩동생을/ 죽어서도 못잊어 차마 못잊어// 야삼경 남 다 자는 아닌 밤중에/ 이 산 저 산 옮아 가며 슬피 웁니다.'

소쩍새나 귀촉도 혹은 접동새는 동일한 새입니다. 동일한 새에 붙인 서로 다른 이름을 시인들은 시의 분위기에 따라 절묘하게 바꾸어 쓰고 있는 것입니다.

생물이나 사물의 이름에는 맨처음 이름을 지었던 이의 의도가 보석처럼 감추어져 있습니다. 시인은 그 보석을 켜어서 흙을 털고 세공해서 사람들에게 선물하는 일을 하는 직업이고요. 

 

이현도 글

- 이 글은 경남도민일보 1999년 12월 9일 자에 게재한 나의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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