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모음의 제자원리

러시아의 위대한 언어학자 트루베츠코이(1890~1938)가 쓴 <음운학의 원리>는 여러 나라 언어의 음운학에 관계되는 전통적인 문제들을 처음으로 제기한 책입니다.

<음운학의 원리>는 한국어에 대해서도 여러 곳에서 기념비적인 설명을 하고 있는데, 한국어는 예삿소리, 된소리, 거센소리의 상관 묶음으로 이루어졌으며, 이 묶음은 낱말 끝에서 중화되고 원음소는 내파음으로 실현된다는 사실도 이미 언급하고 있습니다.  

트루베츠코이는 죽기 일주일 전까지 <음운학의 원리>를 집필했지만 완전히 끝내지는 못했습니다. 그는 호롱 불 밑에서 책을 읽고 집필을 한 탓에 눈이 먼저 멀었고, 침대에서 죽어가면서도 중국어 방언에 관한 논문을 구술해 발표할 정도로 할 일이 많은 학자였습니다. 그는 이 책에 이어 음운구조와 문자와의 관계를 다룬 두 번째 저서를 계획하고 있었습니다. 트루베츠코이가 관심을 갖고 있는 음운 구조와 문자 와의 관계의 중심에는 훈민정음이 있지 않았을까 하고 추측해 봅니다. 왜냐하면 음운 구조의 원리가 문자 자체에 반영된 예는 훈민정음이 세계 유일의 것이기 때문입니다.  

세종과 집현전 학사들이 발성기관의 아(牙), 설(舌), 순(脣), 치(齒), 후(喉)를 상형해서 자음의 기본자를 만들어 냈으며, 기본 자음에 획(劃)을 더함으로써 같은 조음위치에서 조음 방식이 다른 거센소리를 만들었고, 예삿소리를 중복해서 된소리 표기를 만들어 냈다는 이야기는 잘 알려진 사실입니다.

그런데 북한 언어학자 권종성씨는 훈민정음 제작자들이 모음 기본자를 천(天)․지(地)․인(人) 삼재설을 도입해 설명하고 있는 것은 관념론적 가식이라며 이 설명을 부정했습니다. 

그는 모음조차도 자음처럼 발성기관을 상형화한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아래아(ㆍ)는 이 음을 낼 때 혀가 오므라들어 가장 낮고 짧게 한 모양을 본떴고, 으(ㅡ)는 이 음을 낼 때 혀의 가운데 허리 부분이 높이 쳐들려 편편한 모양을, 이(ㅣ)는 이 음을 낼 때 혀를 앞으로 높이 쳐든 모양을, 나머지 모음들은 기본자들의 합성으로 이루어졌으며,  합성에는 합침 수법과 뒤집기와 거울비침수법이 이용되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현도 글
- 이 글은 경남도민일보 1999년 12월 2일자에 게재한 나의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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