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온종합병원 임종수 행정원장 칼럼

블로그_따뜻한 사람들 이미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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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짧은 푸른 신호등

 

  교통신호등이 푸른색으로 바뀌었다. 잠시 뜸을 들이더니 남은 시간을 알려주는 숫자가 신호등에 나타난다. 30, 29, 28,…. 왕복 8차선이라 걸어서 건너기에 꽤 거리감이 느껴진다. 그냥 터벅터벅 걷다간 이내 시간에 쫓긴다. 30에서 시작해서 30초쯤 되려니 하지만, 마음은 언제나 쫓긴다. 절반쯤에서 종종걸음하기 일쑤다. 다리 길이가 상대적으로 길고, 건강하고 멀쩡한 내가 이를진대, 어르신들로선 주어진 시간에 건너기가 숨 차 보인다.

  이러다 보니 아찔한 장면을 목격하기도 한다. 보행기를 밀거나 다리 불편한 할머니나 할아버지가 미처 제 신호에 길을 건너지 못하는 바람에 도로 한복판에서 인질이 되고 만다. 안절부절 못하는 어르신들을 보고 몇몇 배려심 많은 운전자들은 어서 건너라며 고맙게 손짓해주지만 제 갈 길을 더 서두르는 다른 차량들이 득달같이 덤벼들어서 그대로 얼어붙은 듯 옴짝달짝 못한다. 더 아찔한 순간도 있다. 눈이 침침해서인지, 귀가 멀어서인지 신호등이 푸른색에서 빨간 색으로 바뀌었는데도 몸이 불편한 어르신이 보행기를 밀고서 천천히 길을 건넌다. 빵빵! 쏜살같이 달려오던 자동차들이 어르신 앞에서 경적을 울려대지만 꿈쩍도 않는다.

  도심지 대로변 교통신호등의 신호주기가 지나치게 짧게 다가온다. 나도 나이 들었다는 뜻인가. 딴전 피우느라 겨우 절반 건넜는데 신호등의 숫자에 5가 찍힌다. 냅다 달렸다. 헉헉! 숨이 턱밑에까지 차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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