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온종합병원 임종수 행정원장 칼럼

블로그_따뜻한 사람들 이미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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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카린의 대변신

 

  다이어트를 하는 청년이 밥 대신에 달달한 초코바를 먹는 걸 목격했다. “아니, 그렇게 열량이 높은 걸 먹어도 되느냐?” 걱정을 담은 내 질문에 그가 웃으며 대답했다. “사카린이 들어 있어 굉장히 달콤하지만 열량은 그리 높지 않습니다.” 그의 대답에 나는 더욱 놀라서 엉겁결에 되물었다. “사카린이라고? 그건 독약이나 마찬가지인데?”

  가난했던 유년, 어머니는 단맛을 내야 할 때면 으레 사카린을 찾았다. 여름철 미숫가루에 단맛을 낼 때에도, 텃밭에서 따온 토마토 위에도 사카린을 뿌렸다. 심지어 학교에서 급식으로 받아온 딱딱한 식빵도 사카린을 녹인 물에 담가서 솥 안의 밥 위에서 쪄냈다. 따끈따끈한 빵을 사카린 물로 적셔서 그런지 너무도 달달하고 맛있었다. 읍내 시장통 뻥튀기 아저씨도 쌀이나 옥수수와 함께 사카린을 넣어 감미했다.

  소고기보다 더 비싼 설탕을 대신해서 가난한 식탁을 지배하던 사카린은 내가 고등학교에 들어갈 즈음 공포의 물질로 낙인 찍혀 끝내 밥상에서 퇴출됐다. 방광암을 일으키는 원인물질이라는 연구보고서 때문이었다. 이후 사카린의 자리는 설탕으로 메워졌다. 가난했던 우리는 세계 10위의 경제대국으로 발돋움했고, 영양실조가 아닌 과영양과 비만을 걱정하기에 이르렀다. 설탕에 비해 300∼500배나 더 단맛을 내는 사카린. 또 설탕 1g당 열량이 4㎉이지만, 사카린은 제로다. 사카린은 단맛을 내면서도 체내에 흡수되지 않고 곧바로 배출되므로, 다이어트를 하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당뇨환자들의 감미료 대체품으로도 권장된단다.

  사카린의 놀라운 대변신 아닌가. 오랜 만에 냉장고의 미숫가루를 사카린으로 단맛 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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