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온종합병원 임종수 행정원장 칼럼

블로그_따뜻한 사람들 이미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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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공을 나는 마른 잎사귀

 

  산등성이 위로 해가 쑤욱 올랐다. 밤의 어둠에 갇혀 있던 갑갑증을 한꺼번에 토해내기라도 하듯 내 눈동자 속으로 눈부시게 파고든다. 서둘러 거실 창에 블라인드를 내리다가 손을 멈췄다. 햇살에 둘러싸인 내 시선은 뜨거움을 안고 허공에 머물렀다. 마른 이파리 하나가 아파트 단지 위 허공에서 떨어지고 있었다. 순간 뜨거운 햇살은 제 몸 속에 여름 내내 배여 있던 습기를 쏘옥 뺀 채 따가웠고, 가을이 성큼 허공을 날고 있었다.

  철이 이른지라 단풍이나 낙엽은 아닐 테고, 어림으로 지난 강풍과 빗속에 부러진 가지의 마른 이파리인 듯 짐작했다. 지구상의 모든 것들을 속박하고 있는 중력의 법칙은 어김없이 이파리를 허공 위에서 땅으로 떨어뜨리고 있었다. 하늘하늘! 이파리는 봄날 벚꽃이 떨어지는 속도로 느릿느릿 낙하하다가도 이내 중력을 거슬러 허공 위로 치솟았다. 마치 강물을 거스르는 연어 떼처럼. 이파리는 한동안 아파트 단지 위 허공에서 춤사위를 뽐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천변만화하는 대기의 흐름에 깃털 같이 가벼운 몸을 내맡긴 이파리의 향연은 한동안 계속됐다. 하늘하늘 떨어지는 이파리에게서 눈에 보이지 않던 대기의 흐름을 감지했다. 이파리는 중력을 따르다가도, 대기에 떠밀려 거스르기도 했다. 한 장의 마른 이파리에게서 사람끼리 소통의 지혜를 배울 수도 있겠다. 주고받는 말 속에 담긴, 공기흐름 같은 진심을 읽어내는 게 중요하다는 걸 허공 속 이파리에게서 엿보았단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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