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온종합병원 임종수 행정원장 칼럼

블로그_따뜻한 사람들 이미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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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음직스럽지만…

 

  아파트 가로수 아래 보도블록이 거뭇거뭇하다. 무언가 짓이겨졌던지 얼룩져 있다. 길 위에는 여기저기 흑진주 같은 열매들이 널브러져 있다. 고개 들어 가로수를 쳐다봤다. 후박나무의 푸른 가지마다 까만 열매들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다. 흡사 블루베리 닮아서 그런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어느새 입안은 새콤달콤해지고, 침샘이 마구 활화산처럼 솟구쳤다. 나도 모르게 손을 뻗쳐 까만 열매 하나를 땄다. 입안에서 솟구치는 식욕과는 다르게 선뜻 맛보기가 꺼려진다. 엄지와 검지와 만지작거리다가 길 위에 툭 던져 그대로 발로 짓이겨 버렸다. 길바닥이 까맣게 얼룩졌다. 만진 손가락을 코에 대고 냄새를 맛보았다. 결코 달콤하거나 새콤하지 않은, 거북한 냄새였다. 구두 광처럼 번쩍이던 열매 껍질에 뭐가 묻어 있었을까. 엄지와 검지가 끈적거렸다.

  눈으로 요리하고, 마음으로 맛보는 게 후박나무 열매뿐일까. 지난 늦은 봄날 산복도로 산행을 하면서 만난 까만 버찌가 그랬다. ‘까만’ 몸색에서 입안에 단맛을 감돌게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지름 1㎝도 못 되는, 앵두보다 더 작은 검은 버찌는 몹시 시고 쓰다. 포도나 블루베리, 오디를 떠올리며 검은 버찌를 입안에서 깨물었다가 이내 내뱉고 말았던 지난 봄날의 기억이 새삼스럽다. 이 때문에 가로수 벚나무의 버찌를 따먹지 않지만, ‘레드푸드’임을 아는 사람 또한 거의 없다. 버찌엔 다른 레드푸드들처럼 라이코펜과 안토시아닌이 함유돼 있다. 라이코펜은 항암효과, 항산화작용, 노화방지, 심혈관질환 예방 및 혈당저하 효과가 빼어나고, 안토시아닌은 소염과 항산화작용 효과가 있다.

  버찌도 나중에 농익으면 달콤하다는데, 후박나무 열매도 그럴까. 늦은 봄날 버찌와는 달리, 한여름 후박나무에서 참새나 까치들이 까만 열매 사냥에 나서지 않은 것으로 보아 달지는 않은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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