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온종합병원 임종수 행정원장 칼럼

블로그_따뜻한 사람들 이미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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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길 우산 속 몽상

 

  아파트 출입문을 나서면서 노란 우산을 받쳐 든다. 우산 색에 물든 주름진 60대는 노란 병아리 동심에 빠져든다. 빗소리가 가만히 두드리는 타악(打樂)이 우산 속에서 조용히 울려 퍼진다. 우산을 든 걸음마다 리듬을 탄다. 밤새 연주하던 풀벌레들이 가느다란 빗줄기를 피해 우산 속으로 뛰어든다. 타악의 연주에 맞춰 풀벌레 합창소리가 우산 속에서 공명을 일으킨다. 우산의 천장에 부딪힌 소리들은 서로 뒤엉켜 교향악으로 하모니를 이룬다. 끼이익! 우당탕탕! 자동차 소리는 오케스트라의 북소리요, 심벌즈인가. 빗소리, 풀벌레 소리, 자동차 소리의 하모니가 밋밋하고 심심해질 즈음 새소리가 황급히 출근길 오케스트라에 합류한다. 

우산 속 무대가 더욱 풍성해지고 1인 관객은 진한 감동에 가슴 뭉클해진다. 가슴 속으로 빗물이 흐르기 시작한다. 희(喜), 노(怒), 애(哀), 락(樂)! 오랫동안 내 가슴을 적셨던 일들이 짧은 순간 파노라마처럼 번져간다. 노란 우산 속 무대는 그리움으로 젖어간다. 높은 빌딩 숲을 벗어나자 우산 위로 낮의 기운이 비를 뒤따라 쏟아진다. 노란 무대에 조명이 들어온다. 짧은 출근길 무대의 막이 내려진다. 구서역 입구에서 나는 노란 우산을 접는다. 아쉬움과 그리움도 가슴속에 접어둔다. 곧 태풍 ‘힌남노’가 열어젖힐 광란의 무대를 걱정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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