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온종합병원 임종수 행정원장 칼럼

블로그_따뜻한 사람들 이미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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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 힌남노는 지나가고

 

  열흘 정도 한반도에 숱한 공포를 확대 재생산했던 태풍 힌남노가 토끼꼬리 속으로 사라졌다. 출근시간에 때맞춰 태풍이 지나갔지만, 금방 내 일터로 나가기 어려웠다. 늘 이용하는 지하철 운행이 재개되지 않아서다. 첫차부터 결행한 지하철은 오전 9시에야 운행된단다. 택시를 타려고 카카오톡이나 전화에 매달렸지만, 나와 비슷한 처지의 직장인들이 많아서인지 고대했던 빠른 대답을 들을 수 없었다. 무작정 기다릴 수도 없던 터에 아내가 구세주로 나섰다.

  새벽 내내 텔레비전 뉴스특보를 통해 접했던 참혹한 태풍 피해영상들이 내 두 눈에 그렁그렁하게 잔상으로 남아서인지, 아파트를 벗어나자마자 차창 밖으로 펼쳐진 모습에 깜짝 놀랐다. 그냥 일상의 장면들이 펼쳐지고 있었다. 어제였고, 그저께의 거리풍경이었다. 초속 60m가 넘는다는 강풍은 겨우 단풍을 코앞에 둔 가로수 푸른 이파리들만 길 위에 무성하게 쌓아놓았을 뿐. 나뭇가지 하나, 작은 간판 하나 나뒹굴고 있지 않았다. 물이 넘쳐 흘러들어 올까 미리 쌓아둔 건물지하 주차장 입구의 모래주머니를 다시 옮기는 경비직원들의 얼굴에선 안도감과 허탈감이 뒤범벅 된 듯 움직이는 손길이 어정쩡하다.

  열흘 전부터 가장 피해가 클 것으로 예상된 부산을 곱게 건너뛰던 힌남노는 안타깝게도 한반도의 토끼꼬리를 빠져나가면서 인근 도시 포항에다 물 폭탄을 퍼부었다. 인명피해가 크다는 슬픈 소식도 들렸다. 급히 동서에게 안부전화를 걸었더니, 전날 주차해둔 차를 다른 데로 옮기느라 바빴다. 힌남노가 상륙한 거제 바로 근처에 사는 형도 깨와 콩이 쓰러졌을 뿐 다른 피해는 없다고 했다. 제11호 태풍 힌남노(HINNAMNOR)의 이름이 라오스의 국립보호구역에서 따온 것이라더니, 한반도까지 보호했나 보다. 이제 대한민국의 정부가 포항의 이재민들을 돌봐야할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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