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온종합병원 임종수 행정원장 칼럼

블로그_따뜻한 사람들 이미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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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한 사직(quiet quitting)

 

  한동안 소식이 뜸하던 사촌에게서 연락이 왔다. 카톡 메시지는 거두절미했다. ‘형, 무더위에 얼마나 고생 많으시냐, 가족들은 무탈하느냐’는 인사말도 ‘거두(去頭)’했고, ‘늘 건강하시라’는 말미의 당부인사도 ‘절미(截尾)’했다. 단도직입적으로 들이밀었다. 수 년 간 공무원시험에 매달리던 아들이 포기하고 취업하려니 병원에 일자리를 알선해달라는 거다. 그는 하루가 멀다 하고 같은 내용의 메시지를 보내오고 있다. 무슨 일이든 마다 않고 열심히 일하게 하겠다는 아들의 다짐까지 대신 전해왔다. 대학졸업한지 오래 전인데 아직도 일자리를 꿰차지 못하고 있는 아이가 걱정스러운 아비의 심정을 고스란히 담고 있었다.

  3년째 지속되는 코로나에다, 비슷한 시기에 맞물려 시작된 미중 경제전쟁도 모자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까지 겹쳐지면서 세계경제 전망은 암울하기만 하다. 금리도 오르고, 물가도 오르고, 달러 대비 환율까지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이러니 고용시장도 당연히 불안정할 수밖에. 조금 줄어들고 있다지만 15∼29세 청년 체감실업률은 여전히 19.7%로 고공행진 중이다. 청년실업의 심각성은 우리에게만 국한되는 상황이 아니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경기 침체 여파로 중국의 올해 7월 청년 실업률이 19.9%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단다.

  이런 상황에서 취업에 성공한 청년들은 휘파람 불면서 열심히 일하고 있을까. 현실은 전혀 다르다. 요즘 젊은이들 사이에 SNS를 통해 ‘조용한 사직(quiet quitting)’이라는 용어가 코로나바이러스보다 더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는 소식이다. 단어 그대로 해석하자면 ‘직장을 그만둔다’는 뜻이지만, 실제로는 ‘직장에서 최소한의 일만 하겠다’는 것이란다. 장시간 노동을 줄여 일과 개인적 삶의 균형을 맞추는, ‘워라벨(Work and Life Balance)’에 더 진화해서(?), ‘일의 노예가 되기’보다는 ‘개인의 삶’에 더 치중하겠다는 MZ세대들의 반항인가. 생산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기업이 앞으로 어떻게 이들의 환심을 살 수 있을까. 설마 ‘quiet fire’는 아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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