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온종합병원 임종수 행정원장 칼럼

블로그_따뜻한 사람들 이미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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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타니와 이치로

 

  일본인 오타니 쇼헤이 선수(미국 프로야구 LA에인절스)가 100년을 훌쩍 넘기는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 역사상 전인미답의 기록을 달성했다. 10승과 30홈런을 한 시즌에 동시에 이룬 메이저리그 최초선수란다. 이전까지 기록은 명예의 전당에 오른 전설 베이브 루스가 1918년에 세운 10승-10홈런이 최고였다. 지난해 1승이 모자라 베이브 루스의 기록을 뛰어넘지 못했던 오타니는 올해 들어 10승-10홈런은 물론, 10승-20홈런에 이어 10승-30홈런까지 거침없이 진격했다. 투수와 타자의 역할이 엄격히 구분되는 현대야구에서 오타니의 ‘10승-30홈런’은 앞으로 당분간 깨지기 어려운 위대한 기록으로 남을 듯하다. 박수 받을 일이다.

  정작 한국인인 내가 오타니를 좋아하게 된 데는 빼어난 성적 이면에 숨어 있는 그의 훌륭한 인성 때문이다. 그는 고향 홋카이도에서 야구를 시작할 때부터 인격도야에 깊이 고민했다. 일희일비 않기, 마음속에 파도를 만들지 않기, 머리는 차갑게 심장은 뜨겁게 등을 실천하면서 ‘사랑받고 신뢰받는 사람’이 되려고 노력했다. 메이저리그를 호령하는 요즘도 그가 야구장에서 심심찮게 쓰레기를 줍는 장면이 언론을 통해 보도되면서 팬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수년전 겨울 홋카이도로 가족여행을 갔다. 하얀 눈이 무릎까지 쌓인 삿포로 시내 곳곳에 오타니 선수의 커다란 얼굴이 들어있는 현수막들이 내걸려 있었다. 홋카이도 사람들에게 오타니는 그저 가족의 일원으로서 사랑받고 있었다. 만화 같은, 시속 160킬로가 넘는 강속구를 던지고 한 시즌 30홈런을 우습게 치는 메이저리그 대스타로서가 아니라.

  오타니에 앞서 이치로 스즈키라는 일본인 야구선수가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를 평정했다. 9년간 일본 프로야구를 초토화한 그는 2001년 메이저리그의 시애틀 매리너스로 이적하여 한 시즌(2004년) 최다 안타(262개)를 비롯해 메이저리그 통산 ‘3천 안타-500도루-골드 글러브 10회 수상’의 대기록을 달성했다. 자기관리도 엄격해서 별다른 스캔들이 없었지만 그는 오타니처럼 사람들로부터 큰 사랑을 받지 못하고 있다. 그에게서는 ‘너무나 일본적인’ 이미지, 다시 말해 ‘사무라이’가 강하게 풍겨서다. 특히, 그가 제1회 WBC대회를 앞두고 일본대표팀의 단합을 내세운답시고 뱉은 말에 우리나라 국민들이 분노하기도 했다. 물론 그가 했다고 언론에 보도된, “한국 야구가 일본을 따라오려면 30년은 걸린다!”는 말이 통역의 오역이라는 설도 있지만, 그에게서 풍기는 이미지는 ‘상대를 얄밉게 한다’는 거다.

  그래서인지, 나는 앞으로도 죽 오타니의 따뜻한 팬으로 남고 싶다. 물론 그의 고향 홋카이도는 나의 여행지 1순위이기도 하다. 이번 겨울에 다시 홋카이도 비에이의 설원을 가볼 수 있을까. 코로나와 한일관계가 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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