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온종합병원 임종수 행정원장 칼럼

블로그_따뜻한 사람들 이미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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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출근, 깜빡 잊는 것들

 

  월요일 아침, 출근채비를 마치고 시계를 보니 오전 6시 반. 평소보다 20분 이르다. 소파에 눌러앉아 텔레비전을 보며 킬링타임을 해야 하나. 그냥 벌떡 일어나 현관문을 나설까. 후자를 따르기로 했다. 아마 출근의 무게가 다른 때보다 가벼운 느낌이었기 때문이었을 거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던 중 2층에서 산책 나서는 노부부가 탔다. 아파트 출입문을 나서는 순간 시원한 공기가 정신을 퍼뜩 들게 했다. 아차차! 손목이 허전하다 싶었는데 시계를 깜빡했다. 다시 엘리베이터를 타고 7층까지 올라가서 시계를 차고 아파트 현관을 나섰다. 부인과 함께 산책에 나서던 2층 70대도 산책에 나서다가 나처럼 잊었던 게 있었던지 다시 되돌아와 승강기 속에서 나를 보고 멋쩍어했다. “학교에 다시세요?” 그가 처음으로 내게 말을 걸어왔다. “아뇨!” 짧은 대꾸로 더 이상 대화를 잇고 싶지 않음을 비쳤으나 그는 몇 마디 더 이어갔다. “저는 23년간 대학에서 생활했습니다.” “아, 녜∼∼∼!” 1층 로비에서 각자 제 갈 길을 따라 나섰다가 또 다시 나만 집으로 되돌아갔다. 폰을 두고 나섰던 거다. 서늘함이 점점 데워져서 속은 이미 후덥지근해졌다. 짜증이 땔감이었는지, 내 잦은 발걸음이 에너지로 발산해서 일으킨 열감 때문인지 모를 일이지만. 그렇게 주일 첫날 무척 가볍게 이른 출근길에 올랐던 나는 시계, 폰, 블루투스가 차례대로 더해지면서 평소처럼 무거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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