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온종합병원 임종수 행정원장 칼럼

블로그_따뜻한 사람들 이미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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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 인상

 

  추석 연휴 마지막 날 친구들과 함께 국수집에 들렀다. 미식가들이 십리길 마다 않고 찾아올 만큼 유명한 김해 대동할매국수. ‘순삭’해 버린 국수 곱빼기 한 그릇 값이 5,500원. 곱빼기로 배가 부른 친구가 반세기전 국수 값 기억을 트림하듯 털어낸다. 그때 아마 국수 한 그릇이 20원이었지, 라면 한 그릇도 똑같이 20원이었고! 내 기억의 얼개도 얼추 친구의 그것과 어슷비슷하다. 다만 내 경험 치에서는 라면 값이 국수 값도 보다 조금 더 비쌌던 듯하다. 버짐 핀 얼굴에 땟국 졸졸 흐르던 나 같은 촌놈들이 국수그릇을 붙잡고 허기를 밀어내려 애쓸 즈음, 귀티나 보이는 읍내 친구들은 기름진 라면으로 배를 채웠다. 옆에서 구수한 냄새 풍겨가면서. 아마도 라면은 국수보다 5원쯤 더 비쌌을 테고, 학교 입학식이나 졸업식 때 운 좋아야 맛볼 수 있었던 짜장면이 내 또래에서는 최상의 음식이었다.

  가난한 티를 벗은 지금 국수 한 그릇 값이 5천원이면 유년에 비해 200배나 더 오른 셈이다. 화폐는 변함없이 옛날 그대로인데, 단위당 구매력은 200분의1 이하로 쪼그라들었다. 소득이 커지면서, 그만큼 물가가 따라서 올랐을까. 물가가 오르니까 월급도 올라 명목상 가계소득이 높아졌는지 모르겠지만, 우리는 여전히 국수 값과 라면 값에 민감하다. 오는 10월부터 라면 값이 10% 가까이 오른단다. 그게 오른다는 건 다른 모든 상품들도 이미 다 올랐다는 반증이어서 서민들은 비로소 삶이 피폐해질 것을 우려하기 시작한다. 인플레이션이니, 디플레이션이니, 경기니, 환율이니 하는 경제용어로 세상을 읽어내려 애쓴다. 이쯤 되면 예처럼 ‘저축이 미덕’이라는 말로 국민 계몽운동에 나설 법하지만 누구도 나서지 않는다. 경제시스템이 그리 단순하지 않다는 것쯤 이미 몸으로 느껴서 알고 있기 때문이다.

  후루룩! 비싸졌다고 국수 면발을 한 가닥 한 가닥씩 아껴 먹을 순 없지 않나. 역시 대동할매국수는 일미다. 딱 유년의 엄마 표 국수와 빼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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