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온종합병원 임종수 행정원장 칼럼

블로그_따뜻한 사람들 이미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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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계 배터리 교체

 

  손목시계가 태업중이다. 며칠 전부터 어슬렁어슬렁하더니 어느덧 두 시간 반이나 뒤쳐졌다. 스마트폰으로 오차 없는 시간을 확인할 수 있는데도 자꾸 손목시계 쪽으로 눈길이 쏠린다. 이삼십 분 늦을 때만 해도 감쪽같이 속았다. 그러다가 실제시간과 두어 시간 벌어지면서 바보처럼 속는 일은 사라졌다.

  손목시계의 배터리가 다 돼가는 모양이다. 벌써 2년 반이나 흘렀나. 지난 2019년 1월초 홍콩 여행길에 샀던 손목시계의 배터리를 그동안 한 번도 교체하지 않았다. ‘짜가의 원조’로 알려진 홍콩이어서 선뜻 내키지 않았으나 아내가 생일선물이라며 거금(?) 35만원을 주고 샀던 시계다. 까만 디자인이 고급스러워 보였고, 내 마음을 끌어당겼다. 매일 손목에 끼고 살면서도 배터리 작동을 잊고 지내왔다.

  천천히 가는 손목시계의 시간만큼이나 세월의 흐름도 좀 어슬렁거리면서 굼뜰 수 없을까. 현실 세계는 한 치의 오차도 없이 한결 같은 속도로 재깍거리면서 사람들을 몰아세운다. 시계방에 들러 다시 배터리를 교환하고, 뒤쳐진 시각을 제자리로 빨리 돌렸다. 재깍! 재깍! 손목시계는 태업을 풀고, 다시 세상의 속도에 발맞추며 진군한다. 사람의 삶도 손목시계와 닮지 않았을까. 앞만 보고 열심히 달리던 어느 날, 문득 아파서 몸져누웠다가 다시 치료받고 일상으로 되돌아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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