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온종합병원 임종수 행정원장 칼럼

블로그_따뜻한 사람들 이미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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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의 두 얼굴

 

  오후 3시. 건물 밖으로 나서는 순간 어질어질했다. 정수리를 향해 사정없이 내리쬐는 햇볕. 넥타이가 매무새를 위해 옥죄고 있던 셔츠 칼라 속이 이내 땀으로 젖는다. 살짝 머릿결이 덮고 있던 이마에도 제법 굵은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혔고, 금방 방울방울 얼굴 위로 타고 흘러내린다. 숫제 소나기를 흠뻑 맞은 듯 손수건으로 얼굴을 닦아보지만, 속수무책에 불과하다. 파란 하늘을 뚫고 우수수 쏟아진 햇살 또한 회색 아스팔트 위에 부딪혀 뜨거운 열기와 함께 내 두 눈동자로 파고든다. 강렬한 눈부심에 되레 사방은 깜깜해진 느낌이다. 쾌청한 날씨에 기온은 섭씨 30도를 웃돌고 있었다. 숨이 턱턱 막히는 한낮이었고, 그 기세는 밤까지 섭씨 25도를 기록하는 열대야로 이어졌다.

  불과 두어 시간 뒤 성남 사는 여동생이 카톡으로 안부를 전해왔다. 물이, 비가 무섭다고 했다. 하늘에 구멍이라도 뚫린 듯 하루 종일 장대비가 쏟아지고 있다는 거다. 마치 물 폭탄이 따로 없다고 했다. 여동생의 메시지에서는 금방이라도 범람할 것 같은 황토 빛 탄천의 기세가 바라보는 시민들의 마음을 공포 속으로 몰아넣고 있는 게 읽힌다. 그래도 낮이 나은 편이란다. 천둥벼락이 우르릉거리는 밤엔 너무도 무섭단다.

  아이러니하게도 물 폭탄으로 겁에 질린 여동생의 메시지가 땀으로 온몸이 끈적끈적해진 내게 청량감을 선사하는 듯해서, 살짝 떨어지는 내 공감능력이 면구스러워지기까지 했다. 거꾸로 중부지방에 사는 여동생은 남쪽에 사는 오빠가 전하는 ‘햇볕 쨍쨍 내리쬐는 메시지’에 눅진해진 몸 안의 공포심이 조금은 뽀송뽀송해지지 않았을까. 몇 번의 안부 메시지를 주고받던 우리는 결국 좁은 땅덩어리 안에서 빚어지는 두 얼굴의 요즘 날씨를 걱정하는 것으로 마무리했다.

  “이런 날씨에도 누구도 기후변화에 관심이 없다는 게 안타까워.”

  “(바깥) 다닐 때 조심해서 다녀요. 암튼 기후가 갈수록 요상해.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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