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씨 성의 유래

독일사람들에게 가장 흔한 성씨는 뮐러이고, 그 다음이 슈미트입니다. 그리고 마이어, 슈나이더, 호프만, 피쉬어 그리고 베버 순으로 많습니다. 열거한 성씨가 전부 보통명사이기도 합니다. 이 중 마이어를 빼고는 직업이름입니다. 독일사람의 성씨는 직업이름, 성격, 외모, 태어나거나 거주하는 장소에서 유래합니다. 우리나라처럼 성씨의 역사가 그리 오래되지는 않습니다.

뮐러는 보통명사로 물방앗간 주인이고,  슈미트는 대장장이라는 뜻이고, 마이어는 골짜기사람,  슈나이더는 옷만드는 사람,  호프만은 성에서 일하는 사람, 피시어는 물고기잡는 사람, 베버는 옷짜는사람입니다.  

알프스 산간인 오스트리아나 스위스에 오게 되면 태어나거나 거주하는 장소를 표현하는 성씨가 많이 나옵니다. 오버마이어는 윗골짜기사람,  미테마이어는 가운데 골짜기 사람, 운터마이어는 아래골짜기 사람 등으로 세분되어 나타납니다.

일본인의 성도 비숫한 경향을 보이고 있습니다. 산중(山中)은 산가운데, 중산(中山)은 산중턱, 하촌(下村)은 아랫고을,  상촌(上村)은 윗고을, 전중(田中)은 밭가운데, 전촌(田村)은 농촌으로 조상들이 살던 장소에 따라 붙여진 성씨입니다.  

우리나라에는 신라시대 노례왕(弩禮王)이 여섯 촌에 각각 여섯 성(李·崔·孫·鄭·裵·薛)을 내리었다고 <삼국유사>에 기록되어 있는 것을 보면, 비록 성 자체는 중국에서 빌려 왔을지라도 조상들이 사는 장소에 따라 성을 썼던 것이 확실합니다. 제주도의 고씨, 부씨, 양씨도 제주도의 각 고을에 모여사는 부족이름입니다.

지금도 경주 이씨니, 전주 이씨니, 진주 강씨니 하고 말하는 것은 조상의 고향을 말함이고, 부족들의 주거지입니다. 또 같은 성씨라도 본관이 서로 다름은 다른 동네 사는 부족이 그 성을 빌려와서 썼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나라 사람들은 한족(韓族)이라는 민족이름으로 크게 분류되어 있고 거주지에 따라 성씨로 세분화되었습니다.  

우리나라 고유한 성씨인 김(金)씨는 보통명사인 쇠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말이 있습니다.

하나는 철의 왕국 가야에  많이 있는 쇠요, 다른 하나는 사리함, 귀걸이, 왕관 등의 금세공 기술이 발달한 신라의 황금입니다.

여기에서 유래된 성씨가 가야의 김해 김씨와 신라의 경주 김씨로 구분됩니다. 가야지배층과 신라지배층이 동일하게 김씨를 사용하는 집단이지만, 의미하는 금(金)이 서로 다름을 표현한 것이 김해와 경주로 구분되는 본관입니다. 

경상남도 창원시 봉림사터에서 발견된 진경대사탑비(眞鏡大師塔碑)의 비문에서 “대사의 휘는 심희이고 속성은 새 김씨(大師諱審希俗姓新金氏) …”에 나오는 새 김(新金)씨는 쇠를 의미하는 옛 가야의 김씨가 아니고,  황금을 의미하는 경주의 새로운 김씨를 가리킨 것입니다. 이 비문에 따르면 김씨라는 성이 가야때부터 있었던 것인데 이것은 옛김씨이고, 신라에 이르러 또 새로운 김씨를 쓰게 된 것입니다. 두 김씨는 쇠와 황금으로 의미가 다르다는 말입니다. 같은 시대에 신라땅에 살았던 김해김씨 김유신은 옛김씨이고, 경주 김씨 김춘추는 새김씨였습니다. 

 

이현도 글

- 이 글은 경남도민일보 1999년 9월30일에 게재했고, 또 월간반야 2004년 4월(제41호)에 이일광이라는 필명으로 게재한 나의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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