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온종합병원 임종수 행정원장 칼럼

블로그_따뜻한 사람들 이미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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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의 여유

 

  성급하게 풋 단장한 얼굴부터 내민다. 아직 어설픈 화장술이지만, 초등학생이 엄마 립스틱으로 제 입술에 그린 듯 깜찍하다. 길 위에도 노란 낙엽들이 하나둘 나뒹굴고 있다. 바스락! 지려 밟히는 소리가 낭만적이다. 길섶 화단 위에도 지난 태풍에 떨어진 이파리들이 시들어가고 있다. 푸른 나뭇가지 위에서 서둘러 단장한 동료를 부러워하면서 경외감을 갖고 쳐다보고 있다. 시든 이파리가 미처 인식하지 못하고 있지만, 그 아래의 생명들은 다가오는 추운 겨울나기를 위해 이불 삼아 꼭 끌어안는다. 시든 이파리의 모성을 알아보는 일은 세상을 따뜻하게 살피려는 길손들의 몫이다.

  장사가 안 돼 시름을 앓고 있는 구멍가게 같은 금은방 처마 밑에서 꽃들이 화려하게 피어 있다. 가게 안 진열대에서 하염없이 주인을 기다리면서 시들시들해가는 금화보석들이 창 너머 장미꽃이며 샐비어의 붉은 빛을 한껏 받아들이려 애쓴다. 화려했던 옛 영화를 기대하면서. 10년 넘게 아침 출근길마다 이 금은방을 지나치지만 창 너머 진열대에 눈길을 준 적 몇 번이던가. 출입문 처마 밑에 화려한 꽃 화분이 놓이면서 요즘 하루도 빠짐없이 나는 잠시 가는 길을 멈추고 꽃과 가게 안 보석 진열대에 눈길을 준다.

  가을이 다가오고 있다. 풍성한 계절이라 하지 않는가. 갈수록 삶이 피폐해지는 요즘, 걷다가 나뭇잎, 꽃 한 송이라도 바라보는 여유를 갖고 마음만이라도 풍성하게 가질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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