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온종합병원 임종수 행정원장 칼럼

블로그_따뜻한 사람들 이미지 제공
블로그_따뜻한 사람들 이미지 제공

태풍 난마돌과 함께 오른 출근길

 

  지난 월요일 아침 출근길. 태풍도 이른 새벽부터 한반도로 출근했다. 2주일 전과 이름만 바뀌었을 뿐 험상궂기는 마찬가지. 하긴 저급한 그 이름에서부터 그들 속성이 어떤지 잔뜩 풍기고 있지 않은가. 2주일 전 녀석의 이름은 ‘힌남노’. 우리로서는 발음하기조차 상그러워 웃지 못 할 촌극을 빚기도 했다. 한국남성을 벌레에 비하하는, ‘한남충’이라는 단어에 익숙해져버린 우리 언론이 태풍 ‘힌남노’를 ‘한남노’로 잘못 보도하기도 했다. ‘힌남노’의 기세는 강력했다. 초속 40m가 넘는 강풍에다 시간당 100㎜ 이상의 폭우를 퍼부었다. 커다란 재산 피해와 함께 많은 희생자들이 발생했다.

  2주 뒤 월요일 또다시 이 땅에 출근한 녀석의 이름은 태풍 ‘난마돌’. 이 녀석 역시 이름에서 풍기는 이미지가 상스럽고 고약함이 가득했다. 이 녀석도 ‘힌남노’처럼 열흘 전부터 한반도를 들쑤셨다. 열차가 뒤집힐 정도의 초강력 바람에다 시간당 수백㎜가 넘은 폭우가 동반된다는 거다. 그 세력이 반경 천리까지란다. 일본 본토를 관통한다는 데도 부산이 초긴장 상태에 돌입했다. 참 무서운 녀석이다.

  월요일마다 나와 함께 출근하는 태풍. 아직 부산의 최 근접까지 다가오려면 서너 시간 남아서인지 ‘난마돌’이 내 출근길 발목을 잡지 않는다. 다만 간밤의 맛보기 주먹에도 길 거리 곳곳에서 우산들이 앙상한 몰골을 드러낸 채 맥없이 널브러져 있었다. 제발 우산들을 희생양 삼아, ‘난마돌’이 패악질을 중단해야 할 텐데. 아침 출근길부터 바짓가랑이 젖은 발걸음이 무겁기만 하다.

저작권자 © ONNews 오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