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온종합병원 임종수 행정원장 칼럼

블로그_따뜻한 사람들 이미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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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맞이 길 위의 지하건물들

 

  해운대는 대한팔경의 하나로 알려질 만큼 예부터 절경을 자랑하고 있다. 최근 동해남부선 폐선에 들어선 블루라인이 명물로 부상하면서 국내는 물론 해외 관광객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관광객들이 몰려들면서, 해운대 절경 중에서도 손꼽히는 달맞이일대에 식당이나 숙박시설, 커피숍 건물들이 잇따라 들어서고 있다. 와우산 고개 마루 근처 6∼8층짜리 신축건물에서는 장사할 사람들의 발걸음을 기다리고 있다. 산 정상 부근치고는 건축물 층수가 높다는 생각에 가까이 다가가 보니 대개 2층까지는 지하층으로 돼 있다. 분명히 인접한 달맞이 도로변에서부터 지어진 건물인데도 지상 2층이 아니라, 지하 2층이라는 거다. 6층짜리 신축건물은 실상 지하 2개 층을 빼고 나면 지상 4층 건물인 셈이다. 심지어 오래전 먼저 지어진 건물들은 지상 1층인데, 똑같은 높이의 지표면인 신축건물은 지하 2층으로 돼 있기도 하다. 얼치기인 내가 알기로는 건축법상 지하층은 용적률이 포함되지 않아 그만큼 건축주는 층수를 더 높일 수 있게 된 거다.

  왜 이런 일이 가능할까. 일반적으로 지하층은 지하에 있는 층의 층높이의 2분의1 이상이 지표 아래에 있어야 한다. 지하층은 땅 표면 아래에 있어야 한다는 거다. 한데 현실적으로 건축부지의 생김새가 저마다 다르므로, 건축법에서는 건물이 노출되는 정도에 따라서 지하층을 구분 짓는다. 건물 4개 면 가운데 2개면이 땅속에 파묻히면 지하층으로 간주한다. 이에 해운대 달맞이 건축주들은 건축부지가 기울어진 경사지라는 점을 활용해 건물 2개 층의 벽면을 지표 아래에 두는 형식으로 설계해서 지상 층의 높이를 확보한다는 거다. 달맞이 도로 위를 걷는 사람들은 분명이 땅위를 걷고 있으나, 바로 옆에 늘어서 있는 건물들은 지하 2층이므로 땅 속을 걷고 있는 셈이다. 법이 비과학적인 현상을 만들어냄으로써 천혜의 관광지 달맞이가 난개발 몸살을 앓고 있다.

  1970년대 북한의 남침대비용으로 만들어진 반지하 건물의 주거허용이나, 최근 들어 경관이 빼어난 대도시 관광지역의 교묘한 지하층 짓기는 인간의 탐욕이 빚어낸 괴물에 다름 아니다. 사람들이 걸어 다니거나 차들이 씽씽 내달리는 달맞이길 도로변 건물들이 지상이 아니고, 지하층이라면 누가 이해하겠나. 관련 법규의 빠른 손질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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