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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낮처럼 환한 야간 골프장

 

  밤중 고속도로를 달리던 차창 안으로 환한 불빛들이 쏟아져 들어왔다. 무슨 일인가 싶어 피로감에 처져 있던 눈꺼풀을 가까스로 밀어 올려서는 얼른 사위를 두리번거렸다. 양산의 산 쪽에서 불빛들이 반짝거렸다. 침침한 눈동자의 기능을 잔뜩 끌어올리려고 미간을 찌푸려서 초점을 불빛 쪽으로 맞췄다. 차도 점점 불빛 쪽과 거리를 좁혔다. 서치라이트였다. 야트막한 산등성이에 조성된 골프장에 설치돼 있었다. 강력한 불빛 아래에는 골프채를 들고 어슬렁거리는 사람 몇몇이 눈동자에 포착됐다. 밤 10시, 골프장 일대는 대낮처럼 환했다.

  옹졸하기만 한 내 가슴 한편에서는 거지근성(?)이 꿈틀거렸다. 속으로 밤중 서치라이트 불빛을 걱정하면서도 자꾸 욕지기가, 우려하는 내 마음 속에 감정의 찌꺼기로 가라앉았다. 먼저 에너지 위기가 떠올랐다. 가뜩이나 RE100이니, 러시아의 천연가스 무기화로 세계인들이 올 겨울 에너지 걱정으로 한숨을 내쉬고 있는 게 현실 아닌가. 굳이 한밤중에까지, 대낮처럼 환하게 전깃불을 켜놓고 골프를 해야 할까. 스마트폰으로 쳐다보던 수많은 인터넷 뉴스들이 올겨울 난방을 걱정하는 세계인들의 목소리들이 메아리 치고 있었다. 심지어 폐기하기로 했던 원전까지 재가동해야 한다고 시위를 벌인단다.

  서치라이트 불빛이 눈부셔서 잠 못 이루는 골프장 근처 동식물들도 내 마음을 아프게 했다. 딱, 딱! 하는 소음도 모자라서 햇빛만큼 눈부신 서치라이트가 숲과 동물들의 보금자리 위로 쏟아져 내리니 어찌 그들이 단잠을 이룰까. 기후변화니 에너지 위기니 생태계 교란을 걱정하는 지금이 어쩌면 지구촌 행복의 끝자락인지도 모른다. 아직도 늦지 않았다. 기후변화를 위해 우리의 작은 실천이 필요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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