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온종합병원 임종수 행정원장 칼럼

블로그_따뜻한 사람들 이미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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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목서의 짧은 최후

 

  정녕 우리 인간에게 허락되지 않은 향기인가. 딱 하루 만에 그의 몰골은 처참했다. 그의 발치엔 황금색 꽃잎들이 수북이 쌓여 있었다. 강한 비바람을 이기지 못해 떨어진 금목서 꽃잎들이,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그 위에 빗줄기까지 쏟아져 내리면서 땅바닥에 찰싹 뒤엉겨 있었다. 땅바닥에 꽉 붙들린 향기는 아무리 몸부림쳐 봐도 옴짝달싹 못한다. 이를 지켜보는 이들은 한없이 처량하기만 하다. 두 개의 큰 태풍이 잇따라 지나간 다음에 작은 황금색 꽃망울을 터뜨리기 시작한 금목서가 너무도 반가웠다. 5년 만에 기다림이라 그 흥분이 금방 가라앉을까 볼 때마다 카메라에 고이 모셨다. 마음이 울적할 때마다 스마트폰 갤러리에 모셔둔 황금빛 금목서를 불러내 코끝으로 달달한 위로를 받았다. 걱정 없이 이 위로가 적어도 10월 한 달은 이어질 줄로 믿어 의심하지 않았다.

  역시나 인간의 탐욕은 제가 저지른 욕망 앞에 속수무책이었다. 2018년과 2019년 금목서의 향기는 태풍 콩레이와 미탁의 발아래서 짓이겨졌다. 한여름 뙤약볕을 견뎌냈건만 태풍 앞에서는 속절없이 무너져 내렸다. 그들의 처참한 몰골은 지나가는 길손들을 며칠 간 우울하게 했다. 2020년과 2021년 10월에도 금목서는 황금색 자태로 우리 앞에 나타나 달콤한 향기로 만리나 떨어진 사람들을 응원하려고 별렀다. 어쩌랴. 이번엔 사람들이 태풍보다 더 지독한 코로나 공세를 피하려고 코를 가려버렸다. 금목서는 기를 쓰고 마스크 틈새로 기어들어가 지친 사람들을 달달하게 위로하려 했으나 역부족이었다.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날란다고, 방역당국의 코로나 간섭은 집요하고 철저했다. 덴털마스크 같은, 냄새가 무시로 넘나드는 느슨한 마스크 착용을 금지시켰다. 코로나바이러스가 비집고 들어오지 못하게 마스크로 더 단단하게 무장해야 했다. 금목서 향기가 우리 곁으로 다가설 수 없게 된 것이다.

  큰 태풍들을 잇따라 견뎌내고, 코로나 발생 3년 만에 야외에서의 마스크 착용 의무화가 해제됐건만 뜻밖의 비바람에 금목서의 황금색 꽃망울은 장렬하게 최후를 맞이해야 했다. 10월, 우리는 무엇으로 위로받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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