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온종합병원 임종수 행정원장 칼럼

​​​​​​​블로그_따뜻한 사람들 이미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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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입원환자 식사

 

  식사를 가져왔다. 널찍한 식판에 담아올 줄 알았는데, 일회용 플라스틱 용기에 담겨져 있다. 따뜻한 밥과 국, 그리고 반찬은 네 가지였다. 반찬류는 마파두부, 배추김치, 콩나물무침, 갈치조림이었다. 일일이 여섯 개의 용기에 식사를 담아내느라 애쓴 식당직원들의 수고가 눈에 선하다. 어쩔 수 없이 늘어난 노동이었다. 코로나 같은 감염병 환자의 식기는 일반식기와 분리해서 사용해야 해서다. 그렇다고 식사 내용물이 다르지 않단다. 식판으로 먹는 일반 입원환자들과 같은 메뉴라는 걸 잊지 않고 강조한다. 또 하나, 식사가 끝난 뒤에는 동봉한 검은 비닐봉지에 남은 음식물이나 식기를 담아서 병실 내 격리 폐기물통에 버려달란다.

  일회용 그릇에 담긴 코로나 입원환자용 식기가 낯설다기보다는 어느새 익숙해져서 스스로 놀랐다. 코로나 이후 집으로 식당 음식을 배달해서 먹는 횟수가 잦아졌다. 코로나 감염 때문에 식당에 가서 먹으려면 상당한 용기와 배짱이 필요했다. 공황장애환자에다, 원래 게으른 유전자의 소유자인 나는 자연스런 핑계거리로 코로나 감염을 들먹이면서 외식보다는 집으로의 배달음식에 매달렸다. 메인메뉴는 대개 일회용 플라스틱이나 종이 용기에 포장돼 있다. 반찬류는 플라스틱 용기다. 늦은 배달시간과, 따뜻한 음식과 플라스틱 식기의 부조화가 빚어낸 뜨뜻미지근함이 음식의 질과 맛을 떨어뜨리는 건 감수해야 하지 않은가.

  코로나 입원환자의 식사 느낌도 비슷했다. 물론 환자들을 깊이 생각한 고른 영양소와 짜거나 맵지 않은 맛이 고마웠다. 한데 한 가지 풀리지 않은 의문점. 첫 코로나 확진 땐 재택치료 대상자여서 집에서 거의 매일 배달음식을 시켜먹고 일회용 식기는 재활용으로 분리 배출하거나 일반쓰레기로 버렸잖은가. 그래도 괜찮았던 걸까. 집 현관 앞에 봉지에 담아 놓아두면 구청에서 와서 가져간다는 안내문을 언뜻 읽은 것 같기도 했지만 다음날 누구도 가져가지 않아서 우리는 아파트 쓰레기통에 그냥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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