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온종합병원 임종수 행정원장 칼럼

블로그_따뜻한 사람들 이미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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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보운전

 

  막 운전대를 잡은 큰애의 차에 시승했다. 10여 년 전 면허를 따자마자 장롱 속에 묻어뒀던 탓에 그의 차는 엉금엉금 기는 수준이다. 세심한 성격의 소유자인데다 초보여서 속도감이 더 떨어지게 느껴진다. 이따금 아이의 차가 도로 소통에 방해되는지 빵빵, 시끄럽게 경적을 울리는 운전자도 있다. 그들은 어김없이 우리 차를 앞지르면서 운전석의 큰애를 힐끔 쳐다본다. 아이가 등에다 ‘초보’라고 이실직고했으므로 긴 설명이 필요 없지만, 경적을 울린 이가 미사일처럼 쏘아붙이는 경멸에 찬 눈총세례는 오롯이 감수해야 한다. 함께 탔던 내가 위축될 정도니, 운전석의 아이 마음은 더 쪼그라들 게 분명하다.

  도로 위에는 큰애 말고도 ‘초보’ 딱지를 등에 붙인 미숙한 운전자들이 쉬 눈에 띈다. ‘초보’로도 모자랐던지 ‘왕초보’, ‘개초보’라고 강조하는 운전자도 있다. 아이가 초보와 타고 있어요!, 하면서 읍소하는 운전자는 차라리 귀엽다. ‘제발 나 좀 내버려두라’는 듯이 사뭇 위협조의 초보 운전자들도 적지 않다. ‘짐승이 타고 있어요!’, ‘차주 성격 있음’, ‘운전은 초보, 성질은 람보’라는 스티커를 단 이들은 숫제 테스트 드라이버처럼 차를 사납게 몰며 도로 위를 내달린다. ‘초보’ 큰애로서는 능숙한 운전자보다, 똑같은 처지의 미숙한 운전자들의 차를 더 조심해야 할 판이다.

  엉거주춤한 자세에 쫄리는 마음으로 시작한 아이의 운전솜씨가 조금씩 느는 듯하다. 도로에서 리듬을 타듯 흘러가는 느낌이니까. 큰애에게 경적을 울리거나, 못마땅한 눈총을 보내는 운전자들도 한때 ‘초보’였을 거다. 다들 도로 위에서 좀 더 너그러워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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