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온종합병원 임종수 행정원장 칼럼

블로그_따뜻한 사람들 이미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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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불꽃놀이

 

  한글날 휴일 병실에서 TV로 뉴스를 시청한다. 유일하게 바깥을 공유하는 시간이다. 코로나로 중단됐던 서울의 불꽃놀이 영상이 화면을 화려하게, 눈부시게 밤하늘을 수놓는다. 그동안 코로나에 삶이 갇혀 있는 수많은 사람들이 한꺼번에 몰려나와 가을 밤 하늘을 수놓고 있는 불꽃에 탄성을 지르고, 모처럼 해방감을 만끽한다. 올해의 서울 불꽃축제 주제는 ‘We Hope Again!’. 코로나로 지친 일상을 다시 희망을 불꽃으로 피워 올리자는 뜻일까. 10월 서울의 불꽃축제 여세를 신호탄으로 아시아 최대 불꽃쇼가 11월초 광안리해수욕장 일대에서 절정을 이룬다. 서울과 부산의 불꽃은 축제요, 코로나로 갇힌 삶에 대한 우리의 해방감의 표현이다.

  그 시간에 한반도에는 또 다른 불꽃들이 밤하늘을 공포로 아로새긴다. 한글날 휴일 새벽 단거리 탄도미사일 (SRBM) 2발을 동해상으로 발사했다. 올 들어 북한이 모두 23회나 미사일을 발사했지만, 심야시간대 발사는 이번이 처음이란다. 북한의 전투비행단이 우리 군사분계선 하늘로 무력시위를 벌이고, 이에 우리 군이 전격 대항 비행단을 띄워 저들의 무력에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겠다는 의지를 표한다.

  축제의 불꽃이 아닌, 전쟁과 죽음의 불꽃은 지금 세계 곳곳에서 터지고 있다. 러시아와 전쟁을 벌이고 있는 우크라이나 일대에는 매일 같이 불꽃과 화염에 휩싸이고 있다. 이 전쟁의 뒤에는 강대국의 잇속이 꿈틀댄다. 잠시 어수선했던 냉전의 구질서를 강화시키고, 우리는 역사에서 조금씩 퇴보하는 느낌이다. 하늘의 불꽃보다 결코 덜하지 않은 경제전쟁의 화염공세를 벌이고 있는 미국과 중국의 틈바구니에서 우리나라는 물론 세계경제가 비명을 지른다. 초강대국은 사활을 걸고 제 뒤에 줄서기를 강요한다. 누군가가 틈만 나면 외치는 ‘연대’가 필요하다. ‘자유’든, ‘평화’든 지금 세계는 ‘연대’의 가치를 중심에 놓고 유엔에서 심각하게 머리를 맞댈 때다. 11월 초 부산의 불꽃축제는 한반도와 세계인들을 위한 평화와 연대의 불꽃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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