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온종합병원 임종수 행정원장 칼럼

블로그_따뜻한 사람들 이미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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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순 두 노인의 대화

 

본격 걷기 전 늦은 끼니를 때우려 식당에 들렀다. 맛 집이어서인지 가뜩이나 좁아 보이는 홀이 몹시 붐볐다. 방금 손님 떠난 빈자리에 겨우 비집고 앉을 수 있었다. 홀은 시끌벅적했다. 식사를 하는 이나, 음식을 기다리는 이 모두 얘기꽃을 피우고 있었다. 시국얘기를 거나하게. 내 옆자리엔 친구사이로 보이는 칠순 어르신 두 분이 돼지국밥을 놓고 조용히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말쑥한 차림새에다, 얼굴에서도 찌든 모습은 찾아볼 수 없을 만큼 밝았다. 두 분의 대화가 내 귀로 흘러들었다.

“난 요즘 텔레비전 뉴스 안 본다. 세계여행 프로 같은 거나 스포츠중계를 주로 본다.”

“요즘 TV로 뉴스 보는 사람 어디 있노. 인터넷에 가면 조선일보 다 나오는데. 신문도 사볼 필요 없는 기라. 근데 며칠 전 부산이나 대구 등에서 보수 쪽 인사들이 엄청 모여서 서울 광화문 ‘좌파방송 반대 집회’에 참석했는데, MBC뉴스엔 하나도 안 나오대. 하긴 종편에서도 못 본 것 같긴 하다. 수십만 명이 모였을 건데도 뉴스보도를 안 하니….”

“난 MBC 안 본다. 뉴스는 유튜브나 인터넷으로 보면 되고. 요새 MBC 보는 사람들이 있겠나. 온갖 편파방송에 왜곡보도를 일삼으니 누가 제 성질 참아가면서 보겠나. 그런 방송은 없애버려야 하는 기라, 좌파방송은!”

나보다 조금 더 나이 들어 보이는 두 어르신은 대화 내내 시국 얘기를 주고받았다. 빨갱이, 좌파, 친북방송, 종북 정치인들이 나라 거덜 내게 생겼다고 심각하게 걱정하고 있었다. 곱고 단아한 두 분의 얼굴에서 상상조차 힘든 거친 시중의 언사들이 여과 없이 튀어 나왔다. 흑과 백처럼 두 분이 전하고 싶은 의미는 분명하다. 두 분의 대화 속에서 빛바랜 ‘사상 꽃’이 상사화처럼 스멀스멀 피어나고 있었다. 나름 우리사회의 좌표 구실을 해야 할 언론은 보수 성향 인사들에 의해 ‘좌표 찍힌 채’ 회사의 명운마저 암울하기만 하다. ‘MBC’가 또 다시 시대 이데올로그로 떠오를 만큼 우리사회의 지적 수준이 미개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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