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온종합병원 임종수 행정원장 칼럼

블로그_따뜻한 사람들 이미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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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주일만의 온천천 걷기

 

몹시 걷고 싶었다. 퇴근길 온천장 지하철역에서 무작정 내렸다. 입원치료로 지친데다 끼니를 거른 터에 허기까지 겹쳐 평소 같았으면 걷기를 포기했을 거다. 어둠이 자작하게 내린 온천천은 포근했다. 가을이 깊어가면서 조금은 서늘한 기운을 기대했는데…. 갈맷길을 메운 사람들의 발길들이 서로 엇갈리면서 분주했다. 지하철 역사 아래로 흐르는 물소리가 어둠에 공명 져서 더욱 크게 들려오는 듯하다. 요 며칠, 늘 마주치던 얼굴을 보지 못해 걱정스런 낯빛의 개울물은 가슴으로 물소리를 잔뜩 끌어안았다. 개울 품속에 숨 막힐 듯 갇혀 있던 물소리는 내가 다가서자마자 시끌벅적 수다스럽게 건강한 얼굴로 바꾼다. 왜가리가 개울 깊은 데서 긴 다리를 곧추세운 채 시선을 한 곳으로 얼린다. 개울은 무릎 위에까지 물을 찰랑찰랑 흘러내리면서 짓궂게 장난 걸어보지만 ‘온천천의 신사’인 왜가리의 외관 한 올조차 흩어뜨리기 어렵다.

발걸음은 거침없이 앞으로 나아간다. 사람들을 만나고, 어둠에게 인사하고, 늦은 귀가를 서두르는 비둘기를 위로한다. 울긋불긋 치장한 벚나무도 저녁 밤바람에 스산하기만 하다. 콸콸콸! 물소리는 중력을 거스르는 연어처럼 내 발걸음과 동행하며 상류 쪽으로 향한다. 야트막한 데서 물소리가 자지러진다. 졸졸졸! 내 발걸음도 발 맞춰서 종종종! 다리 짧은 물오리 몇 마리가 깊어가는 어둠 속에서 살포시 기지개를 켠다. 그 앙증맞은 작은 몸짓에서 커다랗고 완전한 해방감이 엿보인다. 걷기는 해방이다! 한 걸음 한 걸음, 몸도 마음도 온갖 속박에서 풀려나는 느낌이다. 코로나 속박에서 벗어나던 날, 내가 너무나 걷고 싶었던 건 이 때문이었을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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