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온종합병원 임종수 행정원장 칼럼

블로그_따뜻한 사람들 이미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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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리면 되는 거야?

 

집을 내놓았다는 소식을 임차인에게 전하던 아내가 조금 심사가 뒤틀렸던 모양이다. 딴엔 몇 년간 정 던 데다 지난해 이 일대 집값 폭등 때 단 돈 1원도 전세 인상에 반영하지 않은 ‘착한 집주인’으로라도 인식돼서 최소한 ‘아쉽다’는 반응쯤을 기대했으나 아니더란다. 그래요? 집을 내 놓았군요, 우리는 당분가 지켜보려고 해요, 집값이 계속 떨어질 거라고도 하고요. 아내가 맨 처음 전화로 임차인에게 아파트 처분 소식을 전한 데엔 어쨌든 기득권을 인정해서라도 그에게 우선권을 기쁘게 안기고 싶어서였을 텐데. 상대는 아내의 호의를 속내로 받아들여 속속들이 잇속으로 계산해버린 셈이다.

그날 보인 세입자의 반응은 너무나 당연했다. 다른 날보다 더 시장이 흔들렸다. 주가는 곤두박질 쳤다. 한때 잘 나가던 IT업체는 시세가 반 토막 이상 났단다. 주식시장이 흔들리는데 환율인들 중심을 잡았을까. 특히 달러 환율이 또 다시 급등했다. 결코 되뇌이고 싶지 않은 내 또래의 기억 아래 스멀거리는 IMF 치욕이 꿈틀대는 게 아닌가. 아수라장은 시장만이 아니었다. 가라앉을 것 같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의 침공이 이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면전’으로 커져버렸다. 위기로 치닫는 이 상황 앞에 누구도 창을 들고 전화의 풍차를 세우려 하지 못한다. 어느 한 쪽을 더 지원해주겠다는 무책임한 말만 늘어놓으며 판을 키우려 드는 게 가관도 아니다. 게다가 이웃 집 불 구경에 신난 몇몇 나라들은 ‘떡 본 김에 제사 지낸다더니’ 슬그머니 또 다른 불구덩이로 충동질까지 해댄다. 나라가 길을 잃었다. 세계가 길을 잃었다.

어렸을 적 아버지의 가르침을 따라야 한다. 날이 어둑어둑해지는 산속에서 길을 잃으면 절대 움직이지 말고 가만히 있으라!, 고 했다. 자꾸 움직여서 내 위치가 달라지면 다른 사람들이 나중에 구할 수 없게 된다는 거였다. 그날 아내와 세입자간의 말에서 나는 기대하기 힘든 세상의 암울한 미래가 엿보이는 듯해서 무척이나 불안했다. 이럴 때면 성경 말씀을 되 뇌일 수밖에. 이 또한 지나가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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