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온종합병원 임종수 행정원장 칼럼

블로그_따뜻한 사람들 이미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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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천천 작은 갈대밭

 

온천천에 갈대꽃이 피었다. 활짝 핀 갈대꽃이 해거름 석양을 받아 세상 온기를 품고 있다. 좁은 개울 한 가운데에 조성된 갈대밭은 이즈음 온천천의 평온한 쉼터다. 우거진 갈대 속에는 올해 태어난 오리들이 밤마다 숨어들어 단란한 가족을 이루고 있다. 장난치고 놀다가 심심하다 싶으면 또래들과 함께 갈대 뿌리를 꺾어다가 잘근잘근 씹는다. 달달한 뒷맛에 오리들은 간식 삼아 틈틈이 갈대뿌리를 사냥하는 게 일과가 됐다. 물속 깊이 뻗어간 갈대 뿌리엔 커다란 잉어들의 보금자리다. 헤엄치다 지치면 갈대뿌리 속으로 파고들어 가쁜 숨을 고르면서 휴식을 취한다. 기다란 줄기를 타고 석양의 온기까지 전해진 물속 갈대뿌리는 물고기들의 서식처다. 그들의 갈대 아파트에는 때때로 오리 떼도, 아주 드물게 수달도 초대된다. 그저 작은 일렁임이 언뜻 비칠 뿐 평온하기는 마찬가지. 갈대는 유연하니까. 제 몸을 한껏 낮춰서 낯설고 거친 반응도 오롯이 부드럽게 받아들이고, 세상에 순응하는 법을 몸소 실천한다. 한여름 쏟아지는 빗속에 갈대밭이 수없이 허물어지고 황톳물에 씻겨도 모래톱처럼 물속에 깊게 뿌리 내려 버터오지 않았던가. 

갈대꽃이 바람에 일렁인다. 흰 솜털이 햇살에 드러난다. 번쩍! 물속 커다란 잉어의 비늘처럼 갈대꽃이 가을햇살을 비춘다. 작은 모래톱처럼 개울 한 가운데에 조성된 온천천 갈대밭은 해마다 석양지는 가을과 동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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