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온종합병원 임종수 행정원장 칼럼

블로그_따뜻한 사람들 이미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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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기적이네요!

 

지난 수요일 오전 10시. 두 장의 사진과 함께 병원장의 메시지가 단톡방에 올라왔다. 16년 전 당한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사지마비에 의사소통까지 불가능하던 올해 일흔 살 요양병원 환자가 처음으로 말문을 열었다는 거다. 일과처럼 회진을 하던 병원장의 인사말에 그가 뜻밖에도 “감사합니다!” 하고 대꾸를 했다. 오랜 투병으로 피골이 상접한 그의 말은 어눌했지만 의미는 너무나 또렷이 전달됐다. 그는 2006년 1월 24일 교통사고로 중태에 빠졌다. 심각한 뇌손상으로 인해 사지마비에다 의식마저 혼탁해져 세상과 단절돼 버렸다. 병원과 집을 전전하던 그는 2018년부터 온요양병원에 장기 입원하면서 더 이상 기대를 저버렸으나 끝내 기적이 일어난 것이다. 눈을 마주치면서 환자가 건넨 ‘감사하다’는 16년만의 첫 마디에 주치의인 병원장은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했고, 날마다 ‘신의 기적’을 간절히 바라는 단톡방의 의료진들도 저마다 할렐루야와 아멘을 외치면서 그의 기적을 축하하기에 바빴다. 

고관절 골절상으로 요양병원에 입원한 어머니를 뵈러갈 때마다 나는 마음속 기적을 품었다. 어머니가 병상에서 벌떡 일어나 혼자 걸어가시는. 바람은 어디까지나 바람일 뿐, 현실은 언제나 정반대로 치달았다. 당신 누군교? 인지기능이 떨어지는 어머니의 입에서 어느 날 듣게 될 청천벽력이 날이 갈수록 점점 두렵지 않았던가. 기적은 언감생심인 줄 알았더니. 칠순의 요양병원 환자는 우리에게 다시 희망을 선물했고, 기적을 꿈꾸게 만들었다. 16년 만에 도란도란 얘기꽃을 피우게 될 그의 가족들이 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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