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온종합병원 임종수 행정원장 칼럼

블로그_따뜻한 사람들 이미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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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나들이

 

자동차가 교외를 벗어나자마자 가을 속으로 두어 걸음 성큼 다가선 느낌이다. 여전히 짙은 녹음 속에서 빼꼼 얼굴 내미는 단풍들이 그지없이 곱디곱다. 짓궂은 태풍에 성급하게 이파리 놓쳐버린 탓에 정수리 허전한 초로를 떠올리게 하지만 가로수들은 결코 추레한 모습이 아니다. 낙동강을 곁에 끼고서 내달리는 차창 너머엔 때때로 깊은 가을의 동심들을 주렁주렁 매달고 있다. 빨갛게 익어가는 감들이 석양으로 치닫는 가을햇살을 받아 눈부시다. 눈부신 홍시 어깨 너머로 부산스런 엄마의 가을걷이 손길이 푸석하기만 한 내 가슴속을 따스하게 적신다. 기다란 간짓대로 아직 푸르뎅뎅한 떫은 풋감을 거둬들인 엄마는 커다랗고 속 깊은 독에 소금물을 가득 붓고 풋감을 잠기게 했다. 독안에서 몇 날 지나면, 떫디떫은 풋감은 어느새 엄마의 정성과 지난밤에 내린 서리에 묵인 덕분에 허기로 까슬까슬하던 어린 입 속을 달달하게 어루만졌다. 빨갛게 잘 익은 커다란 대봉도, 엄마는 커다란 장독 속에 묵혀 겨울잠을 청했다. 시베리아를 혹독하게 건너온 찬바람이 안방 윗목의 주전자를 얼릴 즈음 떨떠름하던 대봉은 말랑말랑하고 달달한 아이들의 추억 주전부리로 다가왔다. 간밤에 온 마당에 수북이 쌓인 고양이 눈처럼. 이즈음 도회지만 빠져나가도 발갛게 주렁주렁 매달린 풍성한 우리 마음속 고향의 가을을 맞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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