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온종합병원 임종수 행정원장 칼럼

블로그_따뜻한 사람들 이미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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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어묵 맛있지요

 

지하철 역사 안으로 서둘러 기어든다. 끈질기게 뒤따라 들어오던 한기가 비로소 문턱에 걸려 넘어진다. 역사 안 어묵가게의 온기에, 내 뒤를 졸졸 따라오던 한기가 저지당한 셈이다. 가게 안에서는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른다. 문턱에 걸려 넘어진 한기를 놀리기라도 하듯 맛깔스럽게. 무릎 까진 한기가 골이 났는지 무거운 엉덩이를 치켜들고선 어묵가게 안으로 다시 비집고 들어서려 한다. 가게 안에서 선채 어묵을 씹으면서 새벽 한기를 달래던 중년이 바늘 바람 틈새마저 지워버린다. 탁! 어묵가게 문이 꽉 닫혔고, 갇힌 한 올 한기는 가스레인지에서 내뿜는 화기에 하얀 김으로 장렬히 승화한다. 중년이 어묵 솥에서 국물 한잔을 뜬다. 뜨끈한 국물을 숨길로 곧바로 부어넣기에 아쉬웠던지, 국물 컵을 코끝에 가만히 갖다 댄다. 바다내음이 물씬하다. 멸치와 꽃게로 우려낸 국물은 세상 어떤 맛도 받아들일 줄 아는, 넓은 아량으로 넘실댄다. 후르릅! 아침 댓바람부터 채신머리없게 배알이 요동친다. 짧게 입맛을 다시고는 긴 여운으로 지하철 역사 안 어묵가게의 갯내음을 즐긴다. 가게 간판에서 온기를 품는다. 부산어묵 맛있지요! 따끈따끈한 어묵 국물이 그리워지는 계절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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