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온종합병원 임종수 행정원장 칼럼

블로그_따뜻한 사람들 이미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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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내장 수술

 

눈이 급격히 침침해졌다. PC를 사용할 때엔 화면을 확대하거나, 글자를 키워서 그럭저럭 임기응변으로 하루하루를 때웠다. 강도 높은 돋보기로도 점점 컴퓨터 화면 속 글자들은 가물거렸고, 확인하려는 나는 목 고개를 점점 화면 속으로 빠져들 듯 들이미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지난 5월 정근안과병원에서 진단받은 백내장 수술을 더 이상 미룰 수 없었다. 깊어가는 가을만큼이나 내 백내장도 익어간 것이다.

잠시 10분 안에 끝나는 수술이라며 의료진들이 안심시켰지만, 막상 수술대 위에 누우니 온갖 공포가 스멀거렸다. 미리 신경안정제를 먹었지만, 공황장애환자를 달래기엔 역부족인 듯. 온몸의 신경들이 집단시위라도 벌이듯 전두엽으로 몰려들었다. 이런 내 심경을 눈치 챘는지 돌발 상황에 대비한다며 의료진은 미리 내 두 손을 제압했고, 이마까지 수술침대에 고정했다. 이젠 더 이상 빠져나갈 재간이 없다. 시간만 빨리 흘러가기를 기대하면서 두 눈 번쩍 뜬 채 세 개의 불빛을 쫓았고, 안과의사는 연신 말을 걸어 불안해하는 환자를 달래면서 수술실의 긴장감을 푸는데 애썼다.

수술 후 처음 안대를 푸는 순간, 나는 깜짝 놀랐다. 심청이의 아비 심학규가 눈을 뜨는 순간 이런 기분이었을까. 침침하고 흐릿하던 세상이 백열등 불빛처럼 환하게 다가왔고, 안경에 의지하고도 희미하던 주변 사물들이 또렷이 뇌리 속으로 파고들었다. 백내장 수술 덕분에 시력개선은 물론 오랫동안 지독히 나를 괴롭혀오던 난시와 원시까지 좋아진 거다. 안경에서도 해방됐다. 무엇보다도 초강력 돋보기 없이도 책을 볼 수 있게 된 것이 기뻤다. 실로암 연못에서 장님의 눈을 뜨게 해준 예수님의 기적 같은 일이 내게 일어난 것 같았다. 백내장 진단 후 지난 5개월, 막연한 두려움 탓에 수술을 미뤘던 내가 어찌나 후회스럽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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