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가족 또 한분이 아버지가 세상을 떠났다. 아흔둘. 한평생 후세교육에 몸바쳐왔으니 그만하면 호상 아닌가 하는 조문객들의 격려는 여전히 무겁다. 어떤 죽음에도 호상은 없다. 유족 입장에선 더더욱. 하늘의 부름을 받았든(소천), 아름다운 마무리를 했든(선종), 모든 미혹과 속박의 굴레에서 벗어나 평온에 이르렀든(열반). 문득 아버지의 존재가 ‘가족’이라는 사실을 그 순간 깨닫게 된다. 떠나간 아버지의 빈 자리는, 소원했던 가족의 유대가 되살아나면서 허전함과 슬픔을 메워준다. 서로 떨어져 아등바등 사느라 유대가 끊겼던 가족의 끈이
BTS와 2030 부산세계박람회 지하철 개찰구에 교통카드 갖다 댈 때마다 축 처진 부산 승객들을 북돋운다. “2030 부산세계박람회를 응원합니다!” 부산은 대한민국 제2도시라는 위상을 잃은 지 오래다. 우리나라 근대화의 상징 같았던 공장의 굴뚝들도 사라졌다. 미래가 암울하기만 하다. 내 나이 일흔 넘어 일어날 일이어서 외면해도 될 테지만, 부산 아이들을 떠올리자면 8년 뒤의 월드엑스포 유치가 절실하다. 지난해인가. 2030 세계박람회 유치를 놓고 고민하고 있던 부산시 고위공무원에게 지나가는 말로 이런 제안을 했다. “뭘 그리 고민하
음력 3월 3일은 강남에 갔던 제비가 돌아온다고 전해지는 '답청절(踏靑節)', '삼월삼질'이라고 하고, 음력 9월 9일은 중양절 이라 하며 제비가 강남으로 떠난다는 세시풍속이 있다..강남에서 돌아온 제비는 처마밑에 둥지를 틀고 새끼를 낳아 그 새끼가 강남으로 돌아갈 수 있을 정도로 성장할 때까지 키웁니다.제비 어미는 입을 벌린 크기와 소리로 새끼들의 배고픔 정도를 알아보고 먹이를 줍니다. 이런 새끼 제비들의 왕성한 식욕을 채우기 위해 어미는 하루 평균 3백 50여 차례나 먹이를 날라야 합니다.잠자는 시간을 빼면 2- 3분에 한 번씩
“누워서 죽거나 앉아서 죽은 이는 많으나 서서 죽은 이가 있더냐?”“있습니다.” “그럼 거꾸로 물구나무 서서 죽은 이를 봤느냐?” “들어 보지 못하였습니다.” “그럼 내가 보여주지.” 중국 당나라 때 마조도일(馬祖道一) 선사의 제자로 유명한 등은봉(鄧隱峰)스님이 오대산 금강굴에서 입적할 때 있었던 일화이다.그 후 제자들이 스님을 다비(茶毘)하려고 법체(法體)를 눞이려 했으나, 차돌같이 찰싹 달라붙어 꼼짝도 하지 않으니 속수무책이었다. 하는 수 없이 수소문 끝에 스님의 여동생인 비구니 스님을 겨우 찾아서 자초지종을 이야기하였다. 비구
시간은 세 가지 걸음이 있다. 미래는 주저하면서 다가오고, 현재는 화살처럼 달아나고, 과거는 영원히 정지해 있다. (*F. 실러)승자는 패자보다 더 열심히 일하지만 시간에 여유가 있고, 패자는 승자보다 게으르지만 늘 바쁘다고 말한다... 승자의 하루는 25시간이고 패자의 하루는 23시간 밖에 안 된다.아무리 높은 산이라도 올라가면 내려와야 하듯이, 폭염이 내리쬐다가 또 비가 쏟아지고 다시 폭염이 계속되다 보면 어느새 가을이 다가온다.절정에 가면 모든 것은 내리막길을 가기 마련이다... 느리게, 그리고 주저하면서 다가오는 것 같지만
한나 아렌트는 재판 내내 ‘상부의 명령에 충실했다’라는 말만 반복한 나치 전범 아돌프 아이히만을 직접 지켜보며 ‘악의 평범성’이라는 말을 만들어냈다. 아이히만의 죄는 바로 그저 시키는 대로 모든 것이 불가피하다고만 말할 뿐 자기가 ‘최종처리’한 유대인 입장에서 단 한 번도 사태를 생각해보지 못한 것이다. 이처럼 남의 입장에서 생각하지 못하고 타인의 희생을 불가피하다고 정당화할 때 우리 모두 아이히만처럼 끔찍한 괴물이 된다. 악(惡)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다. ‘희생은 불가피하다’라는 말에 동의하고 자신만의 안전을 도모하며 타인의 고
백범 김구 선생이 젊었을때의 일이다. 청년 김구는 열심히 공부해서 과거시험에 응시했지만 번번이 낙방했다. 당시엔 인맥과 재물이 없으면 출세할 수 없는 시절이었다.아버지는 아들에게 밥벌이라도 하려면 관상이라도 배워보라고 권했다. 김구는 ‘마의상서’라는 관상책을 구해 독학했다. 어느 정도 실력을 연마한 그는 거울을 갖다 놓고 자신의 관상을 보았다.가난과 살인, 풍파, 불안, 비명횡사 할 액운이 다 끼어 있었다. 최악의 관상이었다. "내 관상이 이 모양인데 누구의 관상을 본단 말인가!"때마침 장탄식하던 김구의 눈에 책의 마지막 구절이 들
기간 교통수단으로서의 철도의 의의를 높이고, 종사원들의 노고를 위로하기 위하여 지정한 날이다.본래 우리나라 최초 철도가 노량진 제물포간에 개통된 날인 1899년 9월18일을 기념하였으나, 일제 잔재라는 비판에 따라 철도국이 설립된 1894년 6월28일로 2018년에 개정되었다.윤극영이 지은 '기차길옆 오막살이'의 아기는 어려운 환경에서도 자식을 키우는 부모의 애환을 아는 듯 요란한 기차 소리에 아랑곳하지 않고 잘 자며 자랐다. 그가 자라며 친구들과 함께 즐겼던 놀이도 앞사람의 허리를 잡고 칙칙폭폭 소리를 내며 한 줄로 이어가는 기차
전자신문 기사를 읽다가 울컥했다. 1970년대 초반 KAIST 설립에 관한 이야기가 한 면에 걸쳐 실렸는데, 그 긴 기사의 끄트머리에 박정희 얘기가 있었다. 미국에서 돈을 얻어 홍릉에 KAIST를 설립한 박 대통령은 어느날 그곳을 순시하면서 배순훈 기계공학과 교수가 미국 MIT박사라는 얘기를 듣고 이렇게 부탁했다. "연탄온돌방에서 가스로 목숨을 잃는 이가 많은데 해결방법을 연구 좀 해 주시오."대통령의 지시를 받은 배 교수는 KAIST 내에 실제 집을 짓고 연탄가스 문제 해결방법을 찾았으나 결국 실패했다. 무색무취의 연탄가스를 막을
낙동강 천 삼백리의 발원지에 대한 논쟁은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으며, 태백의 *황지(黃池), 태백산 장군봉 밑 ^용정(龍井), 금대봉 중턱 °너덜샘, 또 그 아래쪽 용소(龍沼)를 각기 발원지로 주장하고 있다. 물줄기가 시작되는 곳은 1,634개다.가장 멀리있는 발원지, 낙동강하구 을숙도에서 가장 멀리있는 너덜샘이 낙동강 물길의 발원지라고 주장한다. 정선에서 태백을 오고 갈 때 넘는 두문동재 고갯길가에 있는 샘이다. 낙동강 하구로부터 가장 먼 곳을 발원지로 본다면 너덜샘이라 할 수 있고, 1983년 6월5일 한국하천연구소에서 낙동강 발
어떤 사람이 코로나로 죽은 사람 대부분이 노인이라면서 이런 말을 했다고 합니다. 살아봤자 몇 년인데, 이참에 다들 가시면 고령화도 막고, 부양을 책임져야 할 젊은 세대의 짐도 덜지 않겠느냐고요? 웃자는 소리였겠지만 사람들은 곧잘 불온한 생각을 합니다. 말대로 세상에 노인들이 한순간 다 사라지면 사회가 젊어지고, 삶의 질이 크게 향상 될까요?마오쩌둥 시절, 중국 전역에 나붙은 소년이 새총으로 참새를 겨냥하고 있는 그 유명한 참새 포스터가 있었습니다.1950년대 후반, 농촌 순시를 마친 마오쩌둥이 인민의 식량인 곡식을 대량 축내는 참새
나이아가라 폭포는 미국과 캐나다 국경선을 따라 흘러내린다. 지난 16일, 캐나다 쪽 폭포 옆 무명용사 묘에 인접한 페어뷰 묘지에선 '한국전(戰) 가평 전투 승전비' 제막식이 열렸다. 경기도 가평군이 6•25 참전 캐나다 장병들의 헌신과 희생에 대한 감사 표시로 기증했다. 캐나다는 2만7000여 명을 파병, 특히 '가평 전투'에서 혁혁한 전과를 올렸다. '가평 전투'는 1951년 4월 23일부터 25일까지 캐나다, 영국, 호주, 뉴질랜드 연합군 27여단이 중공군 118사단과 가평 계곡에서 벌인 전투로, 2대대를 담당한 캐나다군은 서울
러시아의 대문호 톨스토이는 평생 동안 세 가지 질문을 가슴에 품고 살았다. "그대에게 가장 소중한 사람은 누구인가.. 그대에게 가장 중요한 일은 무엇인가.. 그대에게 가장 값진 시간은 언제인가.” 이 질문에 대해 톨스토이는 정답까지도 우리에게 말해줍니다. “가장 소중한 사람은 바로 지금 그대와 함께있는 사람입니다. 가장 중요한 일은 지금 그대가 하고 있는 일입니다. 지금 당신 곁에 있는 사람을 위해 선행을 베푸는 일입니다. 그리고 가장 값진 시간은 바로 지금 이 순간입니다.” 톨스토이가 여행 중 한 주막집에 머물게 되었는데, 그 주
송도 케이블카에서 시인_배동순 머리 위로 구름과 희망이 있고발 아래로는 하늘과 바다가 출렁인다멀리서 그리던 황홀한 경치를내려다 보는 순간짜릿한 긴장이 머리를 스친다누구든지 경중의 차이가 있을 뿐그리움과 미움이 없는 추억은 없다일단 출발하고 나면허공에서는어지러운 사랑도 견뎌내야만 한다덜컹거리며 철탑을 지날 때다시 만날 가능성이 없는 좋은 사람들한 공간에서 출렁이는눈빛을 주고 받으면서함께 천상에서의 미소를 나눈다은근히 무서운 사랑을 하고 싶으면송도 케이블카에 몸을 싣자멈추는 곳은 중간 기착지일 뿐다시 내려갈 때 또 다른 좋은 사람을볼
2022년 06월21일은 하지(夏至) 이면서 제2회 해양조사의 날이다. 또한 유엔이 2005년에 정한 '세계 수로의 날(World Hydrography Day)'이기도 하다.해양조사의 날은 해상교통안전, 해양의 보전이용개발 및 해양관할권 확보 등에 이바지하는 해양조사의 중요성을 널리 알리기 위해, 해양조사와 해양정보 활용에 관한 법률 제6조에 의거 법정기념일로 지정되었다. 해양조사의 날에서 '해상교통안전'이란 드넓은 바다를 항행할 수 있도록 항행하는 배가 길을 잃지 않도록 도와주는 표시도 한몫을 하고 있다. 이를 '항로표지'라고 하
24절기 중 열 번째 해당하는 절기. 하지는 24절기 중 망종(芒種)과 소서(小署) 사이에 들며, 오월의 중기로 음력으로는 5월, 양력으로는 대개 6월22일 무렵이다. 천문학적으로는 일년 중 태양의 적위가 가장 커지는 시기이다. 이 무렵 태양은 황도상에서 가장 북쪽에 위치하는데, 그 위치를 하지점(夏至點) 이라 한다. 북반구에서는 낮의 길이가 가장 길고, 태양의 남중고도(南中高度)가 가장 높아진다. 그러나 남반부에서는 북반구와 반대로 하지에 낮의 길이가 가장 짧고 태양의 남중고도가 가장 낮다.우리나라의 경우 서울(북위 37도 30분
세계와 월드세계(世界)는 시간과 공간의 합성어입니다. 세(世)는 일, 월, 년에 이은 더 큰 단위의 시간을 가리킵니다. 흐르는 시간의 긴 마디입니다. 사람이 태어나서 생산활동을 할 수 있는 만큼의 시간단위가 세(世)입니다.계(界)는 공간을 의미합니다. 세계는 나의 해석대로라면 흐르는 시간에 배를 띄워 놓고 내 힘으로 노를 저어 다닐 수 있는 영역입니다.흔히 공간을 뺀 말로 세상(世上)이라고도 말하는데, 세상은 흐르는 시간의 위입니다. 시간 위에 만물이 있습니다.불교적으로 말하자면 세계는 생로병사(生老病死)와 생주이멸(生住異滅)의 사
여생지락이란 문자 그대로 "남은 인생 즐겁게 살자"라는 뜻이다. 공자(孔子)도 "즐기는 자가 최고"라고 했고, 로마의 정치가였던 '키케로'는 “젊은이 같은 노인을 만나면 즐겁다"고 했다.재물(財物)이 아무리 많아도 인생을 즐기지 못하면 그것은 웰빙(Well being)이라고 할 수 없다. 매 순간 인생과 풍경을 즐기는 것이 지혜로운 삶의 비결이 아닌가 싶다.바쁘다고 서둘러 지나치지 말고 인생이라는 길의 아름다운 풍경을 즐겨보세요. 가을을 기다리느라 봄날의 포근함을 놓치지 마세요. 겨울이 되어서야 푸르렀던 여름을 그리워하지 마십시오.
또는 서구식 민주주의(Western democracy)라고 한다. 고전적 자유주의 원리 하에 대의 민주주의가 작동되는 형태의 통치 체제를 말한다. 자유민주주의의 특징은 다원주의 하의 선거 실시, 권력 분립, 열린 사회하의 법치주의, 사유재산 인정 하의 시장경제, 인권의 평등, 시민권, 시민 자유, 정치적 자유 등이다.자유민주주의의 정의에 대해서는 그 오랜 역사와 더불어 진화, 발전하여 견해가 다양하며 포함하는 내용도 풍부하고 상이하다.래리 다이아몬드(Larry Diamond)교수는 자유민주주의를 민주주의와 입헌적 자유주의의 결합으로
나는 삼척 부근의 한 실버타운에 묵고 있다. 바닷가의 자그마한 양노원인 셈이다. 오래전부터 바닷가 갯마을의 허름한 낡은 집 하나를 빌려 살아보고 싶었다.그런데 밥이 문제였다. 평생 아내가 밥을 해줬는데 내가 살림을 한다는 건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렇다고 젊은 사람들이 묵는 문학마을 같은 곳을 가기도 꺼려졌다.이십 대에는 절에서도 생활을 했었다. 그러나 이제는 그게 힘들 것 같았다. 그래서 택한 곳이 실버타운이었다. 공동식사를 하는 그 곳에서는 밥 문제가 해결이 됐다.나이 먹은 아내는 이제 싱크대 앞에서 해방을 시켜 달라고 말하기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