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밤 꿈결에서 시인_배동순이른 무더위 멀리 떠나버린기억 아련한 친구처럼 다가와기다리지 않은 건 아니지만애타게 찾지도 아니하였으니낮이 가장 긴 하지夏至의 땅시간을 두고 서서히 달아오른다한달음에 달려온 뜨거운 사랑처럼태양 너머 쏟아 내린 불볕어둠이 내려도 꾸물꾸물하며모닥불 되어 다시 솟아오른다뜨거울수록 풍성한 나뭇잎처럼불꽃 속에 파닥파닥 튀어 오르는 불씨지금이 소중하다는 마지막 유언 남기며수억 광년 뒤 어느 행성에서 만나자고행복한 모두의 꿈 안고 날아간다
삼국유사 기이 제2편 김부대왕조에 '개신라위경주(改新羅爲慶州) 이위공식읍(以爲公之食邑)'이라는 말이 나옵니다. 신라의 경순왕이 고려 태조에게 항복하고 국서를 바치자, 고려 태조는 신라를 고쳐 경주라 하여 이를 공(경순왕)의 식읍으로 삼았다는 기록입니다. 또 고려사절요 권3에는 '성종육년십일월(成宗 六年 十一月) 개경주위동경유수(改慶州爲東京留守)'라는 말이 나옵니다. 이 두 문헌대로라면 신라(新羅)가 고려 태조 때 경주(慶州)로 개명되었다가, 또 성종 6년(987년)에 이르러 경주는 동경으로 개명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동경은 고려
독일사람들에게 가장 흔한 성씨는 뮐러이고, 그 다음이 슈미트입니다. 그리고 마이어, 슈나이더, 호프만, 피쉬어 그리고 베버 순으로 많습니다. 열거한 성씨가 전부 보통명사이기도 합니다. 이 중 마이어를 빼고는 직업이름입니다. 독일사람의 성씨는 직업이름, 성격, 외모, 태어나거나 거주하는 장소에서 유래합니다. 우리나라처럼 성씨의 역사가 그리 오래되지는 않습니다.뮐러는 보통명사로 물방앗간 주인이고, 슈미트는 대장장이라는 뜻이고, 마이어는 골짜기사람, 슈나이더는 옷만드는 사람, 호프만은 성에서 일하는 사람, 피시어는 물고기잡는 사람, 베버
내 마당에 남새밭이 생긴 사연을 이야기 하려고 합니다. 나이가 들수록 시간을 헤아릴 수 있는 능럭이 떨어져서, 그 때의 일이 10년 전의 일인지 15년전의 일인지, 아니면 그 보다 전의 일인지를 정말 가늠할 수가 없습니다만, 그래도 남겨두어야할 이야기거리 중에 하나입니다. 어느해이든가 비가 억수로 많이 왔던 해입니다. 섬진강 물이 범람하였고, 화개장터에 물이 잠기었을 때입니다. 계곡물이 엄청 불어나서 바위가 굴러 떠내려가는 소리가 천둥치는 소리처럼 들렸습니다. 이 광경을 보지 않은 이는 상상조차 못합니다.계곡물에 집채만한 바위가 쿵
유명 죽집의 비빔밥 끼니때를 놓쳤고, 더 이상 허기를 참아내기 어려웠다. 즐겨보는 드라마 ‘고독한 미식가’의 주인공 고로처럼 길 위에 서서 식당을 둘러봤다. 마땅한 데가 눈에 들어오지 않았고, 어쩔 수 없이 죽집으로 엉금엉금 기어들었다. 허기를 죽으로 때우려니 맘에 걸렸으나, 어쩌랴. 영양죽으로 주문하려고 벽에 붙어 있는 메뉴판을 쳐다보다 놀랐다. 전복죽, 소고기죽, 야채죽, 석이버섯죽 등 스무 가지가 넘는 죽 메뉴 옆에서 보란 듯 비빔밥 식단표가 빼곡히 적혀 있는 게 아닌가. 종류만 해도 열 가지 넘었다. 죽집에 비빔밥이라니. 생
고향 이식 고향 노루밭을 부산 집에 이식했다. 어린 시절 추억이 송송한 달맞이꽃이며, 채송화와 백일홍에 항암효과가 뛰어나다는 와송까지. 고향의 그리움과 추억들이 아스라이 시들어가는 게 아쉬워서다. 오롯이 ‘고향’으로 자리 잡았던 아버지어머니가 떠난 자리는 무엇으로도 메워지기 어려웠다. 일상에 쫓겨 까마득히 잊고 있던 아버지 기일을 이틀 앞두고 서둘러 아버지어머니를 모셔놓은 고향에 들렀다. 산소로 향하는 7월 고향의 들과 산은 여전히 내 유년의 추억을 피워내고 있었다. 뙤약볕에 추레해진 노란 호박꽃. 덩굴 속에는 아이 머리통만한 호박
아마도 국경과 종교를 초월하여 이 세상에서 가장 많이 불려지는 노래중의 하나가 바로 ‘어메이징 그레이스 (Amazing Grace)’ 가 아닌가 한다. '나같은 비참한 죄인 구하셨으니' 이 곡은 찬송가이면서도 기독교 신앙 여부에 관계 없이 세계인들에게 널리 애창되고 있다.남북전쟁 시 북군과 남군은 모두 이 노래를 군가로 불렀다. 체로키 인디언 부족은 백인과의 전투에서 전사한 동료를 제대로 장사 지낼 수 없을 때 이 노래로 장례를 대신했다고 한다. 체로키 부족은 지금까지도 이 노래를 국가로 사용하고 있다.요즈음은 인권운동이나 민주화
간염(바이러스간염)은 바이러스의 인체 감염이 간에 염증을 일으키는 경우를 말한다. 급성 간염은 발병 후 3~4 개월 이내 회복이나 완치 되는 것을 의미하며, 6개월 이상 지속될 때 만성간염으로 분류한다.1965년에 B형간염 바이러스, 1973년에 A형간염 바이러스, 1989년에 C형간염 바이러스가 발견됐다. B형간염 바이러스를 발견한 미국의 바루치 블룸버그 박사는 1976년에 노벨의학상을 수상했다.매년 7월 28일은 '세계 간염의 날(World Hepatitis Day)'이다. 지난 2010년 세계보건기구(WHO)에 의해 제정된,
옛날 사람들은 막연히 상상해 왔습니다. 인류 역사상 언제인가 신이 내려준 원래의 언어가 있었고, 지구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언어들은 모두 이 언어에서 유래되었다는 것입니다. 또 사람이 신으로부터 받은 언어는 신의 언어이므로 신과 통화를 할 때는 신의 언어나 이에 가까운 고어(古語)를 써야만 한다고 믿었습니다. 힌두교는 의식에서 산스크리트어를 썼고, 천주교도 미사를 집전할 때엔 근래까지 라틴어를 썼습니다. 오래된 언어일수록 신의 언어에 가깝습니다.불교인이 즐겨 독송하는 천수경이나 반야심경 혹은 능엄경에 나타나는 다라니가 번역되지 않고
내일이면 7월 27일 '유엔(UN)군 참전의 날'입니다. 한국전쟁 (6ㆍ25전쟁) 당시 함께 대한민국을 지켜준 22개국 195만 유엔군 참전용사의 희생과 공헌을 기리고, 참전국과의 우호 증진을 위해 제정된 날입니다.국립영천호국원(원장 이상순)에서는 '한국전쟁 유엔군 참전의 날'을 계기로 7월18일부터 7월31일까지 유엔기참전국기 게시 및 참전국(용사)에 대한 감사 엽서쓰기, 한국전쟁 종군기자인 '데이비드 더글라스 던컨' 특별사진전과 온라인 홍보 이벤트 등 온/오프라인 행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미국, 영국, 호주, 네덜란드, 캐나다,
한국전쟁 당시 튀르키예 육군 운전하사, 상관으로부터 파병 소식을 전해듣고는 망설임없이 자원해서 한국에 오게 된다.어느날 부대의 통신이 두절되어 유엔 기지의 명령을 받아오기 위해 다른 전우들과 차를 타고 달려가고 있다가 매복하고 있던 북한군의 습격을 받는다.다행히 목숨은 건졌지만 타고왔던 차가 불에 타버린지라 어쩔 수 없이 숲 속으로 향했는데 그 곳에서 죽은 엄마의 손을 잡고 울고있는 여자아이를 발견했다. 그리고 얼굴이 달처럼 둥근데다 달빛 아래에서 발견했다는 이유로 '달의 후광'을 뜻하는 터키어인 '아일라'라는 이름을 지어준다.이후
최근 일본에서 개봉한 영화 '플랜(plan)75'는 하야카와 치에(早川千絵·45) 감독의 장편 데뷔작으로 지난달 열린 칸 영화제에서 신인상에 해당하는 '카메라 도르 특별 언급상'을 수상했다. "일본의 미래를 위해 노인들은 사라져야 한다. 일본은 원래 나라를 위해 죽는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나라 아닌가."근미래의 일본, 이런 끔찍한 주장을 하며 노인들을 살해하는 사건이 연이어 일어난다. 고령화가 불러온 사회 혼란 속에서 75세 이상의 국민이라면 누구나 스스로 죽음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법이 국회를 통과한다. 죽음을 국가에 '신
남편은 삶의 기운이 넘치는 사람이었다. TV를 많이 본다. 특히 음식 프로를 본다. 음식을 만들기 위해서 시장에 간다. 식재료와 양념을 빠짐없이 잘 사온다. 하지만 무엇이든지 대량으로 사오는 것이 문제다. 작은 용량의 것은 사지 않는다. 식초도 대병으로 사고 참기름도 대통으로 사왔다. 남편의 눈에는 적은 용량의 것은 양에 차지 않는다. 모든 것이 커야 좋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잘 했다고 칭찬한다. 일을 거들어 주지도 않으면서 타박만 하면 안되기 때문이다. 자연히 알 때까지 기다린다. 남편은 전화 걸기를 좋아한다. 고향의 어릴
전축 친구 어머니 병실로 들어서는데 색다른 물건이 눈동자를 확 채웠다. 우선 반가웠다. 그리운 얼굴이 순간 내 머릿속을 꽉 메웠다. 전축이었다. 아담한 크기에서 흘러나오는 노래는 구성졌다. 울어라 열풍아, 밤이 새도록…. 검은 레코드판 위로 가늘고 날카로운 바늘이 서로 다른 골을 따라서 돌아간다. 젊은 ‘이미자’의 노래는 이미 훌쩍 늙어버린 내 가슴을 애잔하게 후벼 팠다. 이미 내 머릿속에서 잊혀버린 전축은 말끔했고, 새것으로 보였다. 요즘도? 아직까지 전축이? 돌아가는 레코드판은 젊은 ‘이미자’를 밀어내고 다른 가수를 데리고 나와
아파트입구 차량 차단바 자전거로 출근하던 이웃 젊은이가 길을 벗어나 아파트 입구 보안초소로 다가갔다. 직원에게 뭔가 얘기를 하더니 스크린도어가 열렸고, 그의 자전거가 쏜살같이 출입문을 빠져나갔다. 늘 아파트 내부차도로 다니던 그의 자전거가 왜 인도로 올라와서 인도 출입문을 통과하지? 출입구 시설물들을 유심히 살펴봤다. 금방 그 이유가 눈에 띄었다. 차량출입을 통제하는 차단바가 50㎝쯤 길어져 있었다. 기존 차단바에다 덧대서 자전거조차 함부로 빠져나가지 못하게 길게 늘인 거다. 우리아파트가 금정산 산기슭에 위치하다보니 이른 아침부터
몸국 한 달 전 현지에서도 실패했던 몸국을 해운대에서 먹을 수 있었다. 최근 제주에서 한 달살이를 하고 돌아온 손위동서가 직접 현지 배송주문을 했단다. 며칠 그 한 달살이에 꼽사리 끼었다가 제주 토속음식으로 유명한 몸국을 맛보려 했으나 소원을 이루지 못했다. 블로그 맛집으로 소개된 식당을 찾았으나, ‘엉터리 정보로 우리만 곤욕을 치르고 있다’는 주인장의 핀잔만 듣고 뒤돌아서야 했다. 몸국은 제주도 토속음식이다. 돼지고기를 삶으면서 생긴 국물에 해조류의 일종인 모자반을 넣고 끓인 탕류다. 뭍인 우리 고향에서는 잔칫날 돼지고기 삶은 국
개인방역 눈치 보기 확진자 급증 이후 ‘집단감염에 이르렀다’는 평가가 나올 만큼 코로나가 주춤해지면서 방역당국은 야외에서 노 마스크를 허용했다. 2년여 사용하는 사이 몸의 일부처럼 여겨져서일까, 요즘 온천천 갈맷길을 걷다보면 마스크를 벗은 사람들을 찾아보기 어렵다. 특히 나이 든 사람일수록 더욱 마스크 착용에 적극적이다. 마스크를 목에 건채 걷는 내가 되레 머쓱하기조차 하다. 다시 코로나 하루 확진자가 4만 명대를 넘어서면서, 한동안 잠잠하던 방역당국도 4차 백신접종을 적극 권하고 나섰다. 당초 60세 이상의 연령대를 50대 이상으
아파트 개 짖는 소리 아파트 마당을 걷다가 깜짝 놀랐다. 바로 옆 아파트 1층 베란다에서 갑자기 개가 짖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무섭게! 조용한 아침, 1층 개소리는 공기를 타고 앞 동, 옆 동 아파트 창으로 날아갔다. 여기저기서 개들이 일제히 짖어댔다. 멍멍멍멍! 왈왈왈왈! 개 울음소리들은 거대한 콘크리트 벽에 부딪혀 단지 안에 울려 퍼졌다. 짜증스러웠다. 아기 울음소리가 들려야 할 아파트단지가 개 울음소리로 가득 찬 거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의 ‘2021 한국 반려동물보고서’는 현재 우리나라에서 반려동물을 기르는 집은 총 60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방 새벽 잠자리에서 눈을 떴다. 거의 동시에 몸을 창 쪽으로 돌렸다. 반사적인 행동으로, 나는 필사적으로 뭔가를 쫓았다. 그 생각의 끄트머리에 퍼뜩 실체가 걸렸다. 달이다. 사흘 전 꽉 찼던 달이라, 비록 해무 속에서 이지러졌어도 보름달처럼 둥글고 커다랬다. 잠시 달맞이를 하고는 이내 곯아떨어졌다. 얼마나 흘렀을까. 얼굴 위로 따뜻하고 무거운 기운이 내려앉으면서 후덥지근한 느낌에 눈을 떴다. 달이 사라진 자리에 해무만 홀로 남아 힘겹게 여명에 맞서고 있었다. 지쳐서 휘청대며 흐느적거리는 해무는 하늘 위에서 시뻘겋
24절기 중 열두 번째에 해당하는 절기. 소서(小暑)와 입추(立秋) 사이에 든다. 대서는 음력으로 6월에 있으며, 양력으로는 7월 23일 무렵에 든다. 태양의 황경이 대략 120도 지점을 통과할 때이다. 우리나라에서 이 시기는 대개 중복(中伏) 때로, 장마가 끝나고 더위가 가장 심하다. 예로부터 대서에는 더위 때문에 "염소뿔도 녹는다."라는 속담이 있을 정도이다. 여름의 토용(土用)은 이 계절에 들어간다.토용이란 토왕용사(土王用事)의 준말로 토왕지절(土旺之節) 의 첫날을 말한다. 토왕지절은 오행설(五行說)에서 토기(土氣)가 왕성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