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가리 세수 온천천을 걷다가 기이한 장면을 목격했다. 얕은 개울에 서있던 왜가리가 머리를 이리저리 움직이고 있었다. 백내장 탓에 눈이 침침해서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기 어려웠다.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가서 잔뜩 모은 미간으로 다시 초점을 잡고는 왜가리 쪽으로 미사일 시선을 쏘았다. 왜가리는 긴 부리를 물 위에 솟아오른 바윗돌에 비벼댔다. 한번은 부리의 왼쪽을 비비더니, 곧이어 오른쪽 부리를 바윗돌에 쓱쓱, 문지르고 있었다. 그 모습이 식사를 마친 내가 종이냅킨으로 입술을 훔치는 것과 빼닮았다. 하얀 종이에는 빨간 양념얼룩이 남았다. 왜
어처구니없는 건축공사 현장 당초 착공 때부터 설계도면의 문제점이 지적됐다. 시공사는 그대로 공사에 적용할 수 없으니 설계도면을 새로 작성해달라는 부탁까지 했으나 역부족이었다. 건축주 측이 운영하는 건축사무소에서 직접 설계한 데다 공사현장 감리단장까지 겸직하고 있으니, 시공사의 입장은 고양이 앞의 쥐 신세 꼴이었다. 예상대로 착공하자마자 부실한 설계 탓에 시공에 차질을 빚기 시작했다. 시공사의 현장소장은 설계 미비로 공사 진행에 지장을 받았고, 감리까지 맡은 설계사는 그때마다 도면을 바꿨다. 1년 남짓 동안 설계도면은 200여 차례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온 붉은 벽돌 멀리 지평선 너머 드디어 집들이 보인다. 열차에 탄 사람들은 환호성을 올린다. 사방으로 지평선이 보이는 광활한 땅 한 가운데에 들어서 있는 집들이었다. 열차는 종착역을 알리는 기적소리를 길게 울린다. 증기 기관차의 하얀 연기가 기적소리를 뒤따라 벌판 위를 자유롭게 날아다닌다. 열차에 탄 사람들은 마치 제 속내를 기적소리나 하얀 증기가 나타내기라도 한 듯 이미 차창을 넘어 들판 위로 질주한다. 고단한 여정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의 표정은 밝아 보인다. 처음 열차에 오를 때 당국에서 했던 약속의 말이 귓
다시 분주해지는 봉사의 손길들 2년 만에 다시 봉사의 손길들이 분주해지고 있다. 십 수 년 동안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단 한 번도 빠지지 않고 해오던 봉사활동들이 코로나 앞에서는 어쩔 수 없었다. 일요일이면 늘 보던, 그리운 사람들이 눈에 밟혔다. 몸은 아프지나 않은지, 끼니는 제대로 챙겨 드시는지. 두세 달 지나면 다시 만날 수 있겠지 했던 기대감은 결국 이태가 흘렀다. 부산 부산진구 당감2동 온종합병원 내 그린닥터스의 국제진료센터. 진료재개 첫날은 봉사자들로 붐볐지만, 이용하는 환자는 드물었다. 홍보가 덜 된 탓에 속이 안
별이 된 국민MC 송해 국민MC 송해를 맨 처음 본건 1970년대 초 흑백텔레비전을 통해서다. MBC 코미디프로그램 ‘웃으며 복이 와요’로 기억된다. 그는 당대 최고 인기를 구가하던 코미디언 구봉서, 서영춘, 이기동과 함께 어린 나의 눈길을 사로잡았고, 그들의 엉뚱스런 손발짓에 방바닥을 떼구루루 굴렀다. 요절복통(腰折腹痛)했던 거다. 노래도 잘 불렀다. 코미디언으로 알고 있던 내가 깜짝 놀랐을 만큼. 특히 그의 트롯가요는 구성졌고, 심금을 울렸다. 언젠가 방송에서 부른 ‘불효자는 웁니다’는 여전히 내 마음 깊은 곳에서 아버지를 떠올
자라는 의외로 빨리 달린다 10년 넘게 매일 퇴근길엔 온천천 갈맷길을 걷는다. 십리길 남짓 길지 않은 도심길이지만 이따금 놀라운 광경이 걷는 재미를 더해준다. 여기에는 복원되고 있는 온천천 생태계가 한 몫 한다. 심심찮게 출몰해서 싱크로나이즈드스위밍 연기를 우아하게 펼치는 수달, 쌩쌩 내달리는 자전거에도 아랑곳 않고 느릿느릿 제 갈길 가는 두꺼비, 태평양에서 노닐다가 귀거래사를 꿈꾸며 모천인 온천천으로 회귀하는 연어. 이들이 있어 온천천 퇴근길은 비록 몸은 지쳤어도 발걸음은 가볍다. 며칠 전 퇴근길엔 상식을 뒤엎는 광경에 소스라치게
재한유엔기념공원은 유엔이 지정한 세계 유일의 유엔기념묘지이자 성지(聖地)다. 우리 공원은 한국전쟁에서 전사한 유엔군 전몰장병들을 안장하기 위해 유엔군 사령부에 의해 조성되었다.1959년 11월 이 체결되며 이곳은 영원히 유엔기념묘지로 지정되어 유엔이 관리하게 되었다. 이 과정에서 대한민국 정부는 유엔군 묘지가 설치되어 있던 약 13.4만m2의 토지를 유엔에 기증했다. 1974년 2월 묘지를 관리해오던 유엔 산하 *UNCURK가 철수함에 따라 이 곳의 관리가 11개국 대표들로 구성된 재한유엔기념공원 국제관리위원회로 이전되어 현재까지
민주주의는 여러 형태로 변모되며 사용되어 왔고 심지어 실제로 민주주의와 거리가 먼 공산국가들까지도 민주주의국가로 자처하고 있다. 이러한 연유로 민주주의는 그 속에 무엇이나 넣을 수 있는 '여행용 가방'에 비유되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민주주의의 정의에서 생기는 혼란은 그것을 정치방식(형태나 제도)으로 보느냐 혹은 정책의 목적이나 내용으로 보느냐에서 생긴다고 할 수 있다. 민주주의를 정치 형태나 제도로 볼 때는 그러한 정치 형태 또는 제도로부터 어떠한 정책이 나온다 할지라도 그것은 민주 정치라 할 수 있다.이와 같이 민주 정치를 정치의
르네상스는 학문 또는 예술의 재생 부활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는데, 프랑스어의 renaissance, 이탈리아어의 rina scenza, rinascimento에서 어원을 찾을 수 있다. 고대의 그리스ㆍ로마 문화를 이상으로 하여 이들을 부흥시킴으로써 새 문화를 창출해 내려는 운동으로, 그 범위는 사상 문학 미술 건축 등 다방면에 걸친 것이었다. 5세기 로마 제국의 몰락과 함께 중세가 시작되었다고 보고 그때부터 르네상스에 이르기까지의 시기를 야만시대, 인간성이 말살된 시대로 파악하고 고대의 부흥을 통하여 이 야만시대를 극복하려는 것을
심장혈관이 동맥경화증, 혈전, 경련수축(연축) 등의 원인에 의해 협착되어 심근에 허혈(ischemia)이 생기면서 나타나는 질환.심장은 크게 3개의 심장혈관(관상동맥, coronary artery) 에 의해 산소와 영양분을 받고 활동한다. 동맥경화증, 혈전증, 혈관의 수축 및 연축(攣縮, spasm) 등의 원인에 의해 3개의 관상동맥 중 어느 한 곳에서라도 급성이나 만성으로 *협착이 일어나는 경우, 심장의 전체 또는 일부분에 혈류 공급이 감소하면서 산소 및 영양 공급이 급격하게 줄어들어 심장근육이 이차적으로 허혈 상태에 빠지게 된다
구강보건에 대한 국민의 이해와 관심을 높이기 위하여 제정한 법정기념일(2016년 부터 지정)로 매년 6월 9일이다. 1946년 조선치과의사회(현 대한치과의사협회)에서 국민 구강보건을 위한 계몽 사업을 펼친 것에서 유래됐다.구강 보건의 날은 2015년 5월 18일 구강보건법에 신설 제정됐으며, 구강보건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조성하여 궁극적으로 국민 구강건강수준 향상을 도모하는 데 목적이 있다. 2016년 첫 법정기념일로 제정되면서 시전까지 6월 9일에 '치아의 날'등으로 사용해 오던 행사명을 '구강보건의 날'로 통일, 공식명칭으로 정
'밤마다 사루탄공주는 / 눈같은 대리석에 푸르러이 물뿜는 분수가로 가서 / 흰 물방울을 찰랑찰랑 튀기며 목욕을 한다. // 그때마다 공주의 건장한 노예는 / 뒤돌아서서 물소리를 들으며 / 목욕이 끝나기를 기다린다. / 하루 하루 여위워 창백해지면서 // 어느날 공주는 / 빠른 말투로 이렇게 물었다. / "네 이름은 무엇 그리고 네 종족은? // 예, 저는 마호멧 족속으로 / 사랑을 하면 / 그 갈망에 죽고마는 / 아스라입니다.'하인리히 하이네의 시 를 김남조 시인이 번역한 것입니다. 번역시는 시인의 수필집
이슬람 형벌 체계의 하나로, 당한 만큼 똑같이 돌려주는 형벌이다. 즉, 가해자에게 피해자가 받은 것과 같은 고통을 내리는 벌을 말한다.이 개념은 기원전 1750년께 바빌로니아 왕국에서 제정된 함무라비 법전(눈에는 눈, 이에는 이)에서 최초로 발견되고 있다.특히 7세기 이후에는 법학자들이 이슬람 율법 '샤리아'를 통해 구체적인 처벌규정을 만들었다.현재 이란 파키스탄 나이지리아 등에서 형사 재판에서 키사스를 처벌 방식 중 하나로 채택하고 있다. 특히 이란의 경우 형법에 명시된 '생명의 키사스'에 근거해 살해 피해자의 가족이 법원에 가해
국토방위에 목숨을 바친 이의 충성을 기념하는 날. 6월 6일이며, 공휴일로 지정되어 있다. 호국영령의 명복을 빌고 순국선열 및 전몰장병의 숭고한 호국정신과 위훈을 추모하는 행사를 하며 조기 게양을 한다.국가가 존재하는 데에는 상당한 전란을 거치게 되어 있고, 모든 국가는 그 전란에서 희생된 자를 추모하는 행사를 하고 있다.우리나라도 1948년 8월 정부 수립 후 2년도 채 못 되어 한국전쟁을 맞았고 이에 40만 명 이상의 국군이 사망하였으며 백만 명에 달하는 일반 시민이 사망하거나 피해를 입었다.1953년 휴전이 성립된 뒤 3년이
24절기 중 아홉 번째 해당하는 절기로, 소만(小滿)과 하지(夏至)사이에 들며 음력 5월, 양력으로 6월 6일 무렵이 된다. 태양의 황경이 75도에 달한 때이다. 망종이란 벼 같이 수염이 있는 까끄라기 곡식의 종자를 뿌려야 할 적당한 시기라는 뜻이다. 이 시기는 모내기와 보리베기에 알맞은 때이다. 그러므로 망종 무렵은 보리를 베고 논에 모를 심는 절후이다."보리는 망종 전에 베라." 는 속담이 있다. 망종까지 보리를 모두 베어야 논에 벼도 심고 밭갈이도 하게 된다는 뜻이다. 망종을 넘기면 보리가 바람에 쓰러지는 수가 많으니 이를 경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톨스토이의 단편 제목입니다.톨스토이는 단편에서 주인공 미카엘을 통해 사람의 마음 속에는 사랑이 있고, 사람은 사랑으로 살고 있다고 답을 합니다. 사람이 사랑으로 삶. 이 단편의 주제입니다. 나는 언어학자이니까, 톨스토이의 답에 있는 세 낱말의 언어학적 관계를 찾아내어서, 이 답에 공감을 표현하려 합니다.사람과 삶과 사랑은 낱말구조상 공통점이 있습니다. 이 낱말들은 자음 시옷(ㅅ)과 리을(ㄹ)의 틀을 갖고 있고,모음 '아'가 교집합을 이루고 있습니다. 살과 쌀도 같은 틀구조입니다. 사람이 사는데 가장 중요한
김포공항 이전 논란 지난 5월초 국제의료봉사단체 그린닥터스는 우크라이나 전쟁난민캠프에 의료지원단을 파견하기로 하고, 잠시 고민에 빠졌다. 난민캠프가 설치돼 있는 폴란드로 가려면 인천공항까지 가야 했다. 부산에 본부를 둔 그린닥터스는 김해공항에서 인천공항까지 국내선으로 이동하고, 인천공항에서 폴란드항공 편을 이용하기로 했다. 문제는 김해공항에서 인천공항으로 가는 국내선 항공편이 없었다. 부산에서는 김해공항에서 김포공항으로 갈 수밖에 없었다. 김포공항에서 리무진버스를 갈아타고 인천공항까지 가야한다는 거다. 우선 갈아타는 일이 무척 불편
랍스타 라면 누가 알까 부끄러운 고백일 수 있다. 며칠 전 나는 화려한 고급 일식집에서 코스요리의 마지막을 라면으로 마무리했다. 일식집과 라면은 서로 친족 간이면서도 불구대천의 원수지간으로 어색하기도 해서 묘하다. ‘최상층 요리’와 ‘서민 음식’이라는 이분법에 익숙해져서일까. 그래서 작가 김훈의 정서는 정확히 나를 관통한다. 나는 오랜 세월 동안 라면을 먹어왔다. 거리에서 싸고 간단히, 혼자서 끼니를 해결할 수 있는 음식이다. 그 맛들은 내 정서의 밑바닥에 인 박혀 있다. 모르는 사람과 마주 앉아서 김밥으로 점심을 먹는 일은 씁쓸하
1972년 6월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린 '유엔인간환경회의'에서 국제사회가 지구환경 보전을 위해 공동노력을 다짐하며 제정한 날로, 매년 6월 5일이다.스톡홀름에서 열린 유엔인간환경회의는 국제사회가 지구환경보전을 위해 공동노력을 기울일 것을 다짐한 첫 번째 국제회의였는데, 이 회의를 통해 인간환경선언이 발표되었고 유엔(UN)산하에 환경전문기구인 유엔환경계획(UNEP)을 설치하기로 결의하였다. 이 결의에 따라 설립된 UNEP는 1987년부터 매년 세계환경의 날을 맞아 그 해의 주제를 선정 발표하며, 대륙별로 돌아가며 한 나라를 정해 행
한국 3대 명절인 설날, 추석에 이은 명절이다. 매년 음력 5월 5일이며, 양력으로는 대체로 6월에 든다. 우리말로는 수릿날이라고 일컬었고, 다른 말로는 천중절(天中節), 오월절(五月節), 그네를 타는 명절이라는 뜻에서 추천절(革秋 韆節)이라고도 부르지만 일반에서는 흔히 단오라는 이름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 중국에서도 같은 날에 단오를 보낸다.모내기를 끝내고 풍년을 기원하는 제사이기도 한 단오는 우리나라에서 큰 명절로 여겨져 여러 가지 행사가 행해지고 있다.단오의 '단'자는 처음 곧 첫번째를 뜻하고 '오'자는 五, 곧 다섯의 뜻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