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점 낯설어지는 파란 하늘 아침 출근길부터 온몸이 후줄근해진다. 기온을 확인해보니 섭씨 28도. 마스크 안의 열기까지 가세해 숨이 턱턱 막힌다. 답답한 심정을 풀어보려 하늘을 쳐다보니 가슴이 더 옥죄어 오는 듯하다. 우중충하다. 온통 짙은 회색 구름으로 뒤덮여 있다. 조금 구름이 걷힌 듯해도 하늘색은 전혀 맑지 못하다. 원래 하늘색이 이랬나 싶다. 4계절이 뚜렷하던 시절의 하늘은 대체 어디로 갔나. 온대기후의 한반도 하늘은 아열대기후가 몰고 온 구름 떼에 뒤덮였을까. 지하철에서 땀을 식히면서 카톡으로 날아온 아내의 사진들을 바라본다
곁바람 장마 끝나자마자 본격 무더위가 시작됐다. 열대야의 끈적끈적한 열기는 아침 출근길에까지 오롯이 달라붙는다. 후줄근하게. 걸음걸음마다 내가 소모한 에너지는 땀으로 송골송골, 자작자작 맺힌다. 느릿하게 속도를 줄여가면서 이마며, 목덜미며, 겨드랑이며, 등짝이며 온몸의 땀들을 달래보지만 별무소득. 승강장의 찌뿌드드한 더위를 피해 황급히 뛰어든 지하철 객차 안도 후덥지근하기는 마찬가지. 차령의 나이 탓에 냉방기는 켜나마나한 듯 미지근하고 찜찜하다. 객차마다 강약이 다르대서 ‘강한 냉방’ 차량에 골라 앉아 봐도 ‘약 냉방’과 별반 차이
필자가 부산대학교병원 교수로 재직 시 일이다. 퇴근하려고 병원을 나와서 택시를 탔는데 기사가 뒤돌아보며 불쑥 “대학병원의 의사입니까?” 하고 물었다. 그렇다고 했더니 “부산의 의료수준이 서울에 비해서 10년이나 뒤진다고 하는데 사실이냐?”고 재차 물었다. 이 기사뿐만 아니라 이러한 생각과 의문을 가진 사람들이 우리 지역에 꽤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래서 대뜸 나는 “이 택시와 운전기사님의 수준도 서울에 비해서 10년 뒤지느냐? 친절이나 서비스, 차량의 수준이 모두 서울에 비해서 10년 정도 뒤지겠지요.” 하고 되물으니, 펄쩍 뛰
꽃 모양과 색상은 참나리를 닮았습니다. 주황색 바탕에 정겨운 점박이 얼굴입니다. 꽃잎은 작으면서 야무집니다. 고개를 치켜들고 하늘을 빤히 쳐다 보고 있습니다. 좀 건방져 보이긴 하지만 하는짓이 귀엽습니다. 꽃이름이 하늘말라리입니다.잎은 수레바퀴 모양입니다. 잎이 하늘을 향해 꽃을 피우고 꽃 아래로 내려와서 수레바퀴를 돌리고 있습니다.
중국 당(唐)대의 일입니다. 항주 땅에 도림(道林․ 741-824)이라는 유명한 선사가 살고 있었습니다. 그가 참선하는 방법은 매우 특이했습니다.그는 방안에서 참선하는 것이 아니라 절 마당에 있는 나무를 타고 올라가 나무 가지에 앉아 참선을 했습니다. 나무 위에서 좌선하는 모습이 흡사 새가 둥지를 틀고 있는 것처럼 보였으므로 사람들은 그를 새집선사라고 부르기도 했습니다.대문호이자 정치가인 백낙천(白樂天․772-846)은 자만심이 대단했습니다. 그가 항주 지사로 부임하자 괴이한 도림(道林)선사(741~824)의 도력을 테스트하고 싶은
카를대제의 대를 이어 루드비히가 신성로마제국의 두번째 황제가 되었습니다. 그는 왕위에 오르자 마자 아버지가 넖혀놓은 영토를 자식들에게 분배하는 일에 치중했습니다. 그러자 가급적 땅을 많이가지려고 하는 자식들과 분란이 일어났고, 황제는 평생동안 그 분란의 중심에서 시달리고 고통을 받아야 했습니다. 그는 신앙과 정치를 구분하지 못할정도로 기독교 신앙에 충실하였습니다. 후세사람들은 그를 경건왕 루드비히 (Ludwig der Fromme)라고 부릅니다. 그러나 자신의 뜻에 반하는 조카를 장님으로 만들어 사망케 하고는 신하들 앞에서 참회기도
이 세상에는 변하는 것이 있고 변하지 않는 것이 있습니다. 변하는 것은 구체적이고 현상적이고 우연한 것들입니다. 변하지 않는 것은 추상적이고 잠재적이고 영원한 것들입니다. 이러한 생각은 아주 오래 전부터 인간을 지배해왔습니다. 여름과 가을은 어김없이 찾아 오는데 그 여름 그 가을에 피고 진 그 꽃이나 나뭇잎은 다시 볼 수 없다는 것. 삶은 예나 지금이나 영속하는데 그 삶을 구성하는 개체들은 생멸을 반복한다는 것. 이와같은 만물의 두 속성을 플라톤은 이데아와 이데아의 그림자로 구분했습니다. 중국을 포함한 한자문화권의 사람들도 오래 전
화엄경의 에 만(卍)자에 관한 설명이 나옵니다. “여래의 가슴에는 훌륭한 분의 특징인 만자 모양의 것이 있으니, 길상해운(吉祥海雲)이라 부른다. 마니보주로써 장엄되어 온갖 보배로운 빛깔을 내며 갖가지 광채를 둥글게 뿜어내면서 온 누리를 가득 채우고 맑고 깨끗하게 하는 묘음을 내어 누리를 진리의 바다로 넘실대게 한다.”그리고 경전의 여러 곳에 여래는 가슴뿐만 아니라 손발, 머리에도 만(卍)자를 가지고 태어났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대승불교에서 만자는 법륜(法輪)에 대한 기호로 쓰고 있습니다. 부처님의 교법을 상징합니다
육조단경은 초조 달마이후 선종의 6대조였던 혜능(慧能․638~712)의 일대기입니다. 이 책은 글조차 읽을 줄 몰랐던 혜능이 육조가 되기까지의 노정과 제자에게 행한 갖가지 설법을 담았습니다. 육조단경에는 혜능의 선사상과 번뜩이는 기지가 간결한 문체로 전개되고 있습니다.육조단경 이후 혜능의 선풍(禪風)은 남송(南宋)말까지 무려 6백년을 풍미합니다. 육조의 선맥을 이은 당(唐)대의 임제(?~867)는 제자들로 하여금 형식과 타성의 굴레 혹은 사상적 권위나 고정관념에서 과감하게 탈피해 오로지 선(禪)체험을 통해 인간해방의 근본문제를 해결
보험사기 아닌가 요즘 60대 A씨는 고민에 빠졌다. 여름휴가 때 받기로 했던 백내장수술 때문이다. 사물이 점점 흐릿해지고 난시까지 심해서 백내장 수술시 다초점 노안교정까지 받으려 했으나, 뜻밖에 수술비 부담 탓에 망설이고 있는 거다. 두 눈 모두 1천만 원에 달하는 거액을 오롯이 자신의 돈으로만 감당하기 어려워서다. A씨는 지난 3월초 안과에서 백내장 진단을 받으면서, 평소 난시로 고통스러웠던 점을 고려해서 다초점 노안수술을 받기로 했다. 수술비가 1천만 원 정도 들 것이라고 안내받았으나, 오래 전에 자신이 가입한 실손보험으로 입원
의구하지 않은 고향 산천 아빠 고향이 너무 많이 변했어요, 도무지 예전 모습을 찾아보기 어려워요! 얼마 전 아버지 기일을 앞두고 함께 고향 길에 따라나섰던 아들이 점점 낯설어지는 시골풍경에 뱉은 말이다. 옛 모습을 간직한 집들은 이미 누구도 살고 있지 않다. 주인이 세상 등지자 텅 빈 채 허물어질 날만 쓸쓸히 기다리고 있을 뿐. 사람들이 드나드는 몇몇 집들의 외양은 대한민국 도시 어디에서나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이다. 승용차가 서로 마주 지나치지 못할 정도로 비좁았던 마을 앞길은 도회의 이면도로만큼이나 확(?) 넓게 포장돼 있다.
사천 재건냉면 고향길에 나섰다가 사천 맛 집에 들렀다. 오후 3시라지만, 썰렁할 정도로 한산했다. 끼니 손님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간 탓인지, 경기불황의 현장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인지, 코로나 감염을 꺼려서인지, 옛 맛이 아니어서 발길이 뜸해진 것인지 모를 일이지만. 역시 느끼함을 지독히 싫어하는 가족들을 겨우 설득해서 물냉면을 주문했다. 검은 빛이 감돌만큼 면발은 여전히 건강한 모습이었다. 고명으로 얹어진 배며, 오이는 투박하고 거칠어서 더욱 고향 맛으로 다가왔다. 예의 뜨거운 불 맛을 품은 육전이 차가운 육수에 잠겨 한여름 무더위를
네 이름은 도대체 뭐니? 아파트단지 내 가로수 열매가 탐스럽다. 윤기 자르르 흐르는 까망이다. 크기는 버찌보다는 굵고 앵두보다는 잘아 보인다. 아왜나무 열매가 까만색인가. 인터넷박사에게 물어봤다. 아왜나무 열매는 붉었다가, 익어가면서 까맣게 된단다. 한데 그 결실의 시기가 9월이란다. 8월이 시작되는 지금 까만 열매는 과연 아왜나무의 그것일까. 하긴 기후변화에 따라 세상 모든 꽃들의 개화시기와 결실이 앞당겨지고 있다는 연구보고가 얼마나 많은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붉은 열매가 점점 까맣게 변해간다는 아왜나무라면 지나치게 이른 느낌이
기사회생 뒤의 짠한 연대감 그가 기사회생했다. 코로나19 백신을 맞고 쓰러진 그가 오랫동안 중환자실에서 생사를 넘나들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얼마나 놀랐던지. 이후 간간이 전언으로 듣게 된 그는 일단 사선을 넘었으나 여전히 장담할 수 없다고 했는데 지금은 직장으로 복귀했다니 어찌나 반가운지. 젊은 그는 지난해 코로나19 백신을 맞고 쓰러졌다. 손과 발의 근력이 무력해지면서 병상에 몸져눕고 말았다. 일시적인 현상으로 금방 다시 자리를 털고 일어날 줄 알았던 그는 병가를 사용하고 남겨둔 연가까지 총동원해 치료받았으나 차도가 없었다. 병명
조지아(Georgia) 수 년 전 지인이 ‘조지아’로 여행 다녀왔다는 얘기를 듣고는 뜨악해하면서 그를 한참 쳐다본 적이 있었다. 생소하고 낯설었다. 처음 들어본 나라여서 외국에 사는 ‘조지아’라는 지인 집에 다녀왔는지 물었을 정도였다. 200여 유엔회원국 가운데 생전 처음 들어본 나라이름들이 얼마나 많던가. 그래도 대충 어느 대륙에 있는지는 가늠할 수 있었지만, ‘조지아’라는 이름은 당최 국가와 제대로 연결되지 않았다. 결국 나는 지인에게 미국의 조지아주에 갔다 왔는지도 묻게 됐고, 그제야 터키와 국경을 맞닿아 있는 옛 소련의 ‘그
'페르소나'란 고대 그리스 가면극에서 배우들이 썼다가 벗었다가 하는 가면을 말한다. 이 당시에는 마이크 같은 확성기가 없었기에 목소리를 울리게 하기 위해 건물 자체를 울리는 구조로 짓는 노력을 들인 것처럼 배우의 목소리를 관중들에게 전하기 위해 고깔을 사용하기도 했는데, 연극 도중에 고깔을 손에 들고서 고래고래 소리 지를 순 없는지라 가면 자체에 고깔을 붙여버리고, 그것에 현재 인물의 감정을 나타내는 얼굴을 새겨넣었다.스위스 출신의 정신과 의사 '카를 융'이 분석심리학적 관점에서 내 놓은 개념이기도 하다. 사회에서 요구하는 도덕과
피오르드란 빙식곡(氷蝕谷)이 바닷물에 잠긴 곳을 말한다. 피오르드는 빙식곡의 지형을 유지해서 양쪽 측벽이 급경사나 절벽이며 주변 바다보다 더 깊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노르웨이 송네(Songne) 피오르드의 경우 수심이 1,300m나 된다. 피오르드가 많아지면 당연히 해안선이 길어진다. 1,190개의 피오르드가 있는 노르웨이의 해안선은 29,000km이지만 피오르드가 없다면 해안선이 2,500km 밖에 되지 않을 것이다.피오르드는 과거 빙하시대에 빙하가 발달했던 지역 곧 스칸디나비아반도를 포함한 유럽의 북쪽 서해안과 북아메리카 북쪽
하얀바다 시인_배동순 하얀 파도의 꽃떨기가하늘을 향해 피어날 때바다는 어머니 품 같이침묵으로 마음을 품는다알 수 없는 깊이로고요하게 정체된 수심에서깊은 잠을 자던 바다가무심한 파도를 깨워 보낸다날마다 꿈꾸던 바다에작은 섬 하나 둥둥 띄우고아련한 뱃길 같은 길 하나고요한 새벽 열고 다가온다눈부신 태양 빗살무늬가 잠자던 바다를 일으켜 세우고수평선 너머 영원할 세상하얗게 손짓하며 부른다
한무제(劉徹 BC156~BC87)는 역사적으로 공과 과가 큰 인물이다. 국가주의 자에겐 불세출의 영웅이며, 인도주의 자에겐 진시황에 버금가는 폭군이었다. 그러나 그가 치세 중에 얻은 뜻밖의 성과는 중국의 역사를 크게 진전시키는 결정적 계기를 만들게 된다.강성한 흉노세력에 대한 토벌을 본격화 할 당시, 한무제는 흉노와 원수지간이라고 알려진 월지(月支)국과 제휴해 흉노를 협공하고자, 어디에 있는 지도 정확히 모르는 월지국으로 장건을 사신으로 파견한다. 이 무모할 정도로 적극인 계책은 결국 뜻을 이루지는 못했지만, 서역에 대한 풍부한 정
국립합창단은 올해 8월 기획공연으로 12일, 30일 양일간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2022 써머 코랄 페스티벌'을 개최한다고 1일 밝혔다.이번 기획공연에서는 국내 초연작들을 국립합창단의 연주로 선보일 예정이다. 12일 첫 무대는, 영국을 대표하는 낭만주의 작곡가 본 윌리엄스가 남긴 최초의 교향곡으로 음악적 기교와 웅장함이 가미된 '바다 교향곡'을 선보인다.30일 두 번째 무대에서는, 뮤지컬 ‘광주’, 오페라 ‘1945’ 등으로 대중들에게 잘 알려진 작곡가 최우정이 시인 최승호의 작품 ‘눈사람 자살사건’을 중심으로 그려낸 '마